북한 인터넷 사이트 한때 완전 다운…"북미 사이버 전쟁이라 보긴 어려워"

2014-12-23 14:46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23일 새벽 1시부터 10시간 가량 완전 다운되면서 북한의 로동신문 등 언론매체들의 사이트도 열리지 않았다. 사진은 이날 11시께 사이트가 복구된 후의 1면 기사 캡쳐. [사진= 북한 로동신문 캡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한과 미국이 사이버 전쟁에 들어간 것일까.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23일 10시간 가량 완전 불통되면서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이 전면적 사이버 전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이 '소니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비례적 대응'을 공언한 직후 이번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단 북한은 이날 11시께 인터넷 사이트 접속 복구를 마친 만큼 이번 공격의 주체를 규명하는 한편 대응 전략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명확한 진상 규명이 있기 전에 북-미 간 사이버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에는 다소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진상 규명과 무관하게 북미 갈등을 심화하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입을 모았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이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소니 해킹) 대응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사이버 보복'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북한, 외부공격 막으려 자체 차단

그러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을 가능성으로 미국이나 미국 우방국들이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인터넷 접속 차단을 통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소수의 북한 주민들이 소니 해킹을 둘러싼 현재의 위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심증만 가지고 당장 맞대응 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행? or 반북세력?

중국이 북한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라우터는 중국 선양에 소재한 국영회사인 '차이나 유니콤'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소니 해킹 사태 협조를 요청한 만큼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인터넷 사용률이 저조한 북한의 특징상 사이버 공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비례성 대응'을 공언한 미국이 아닌 반북 극우단체나 해커집단이 주도한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지난해 4월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명단을 공개하고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6·25 '정전협정 기념일' 등에 북한 웹사이트를 일시 마비시키는 등 북한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계속해왔다.

◆북미 관계 악재 될 것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결의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으로 북미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도 커지면 북한의 무력시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누구의 소행이든 북미 갈등이 심화되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어떻게든 미국 정부가 했다고 걸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서로 대화로 긴장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만 고조될 수 있어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미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사건 실체 규명이 되지 않은 채 양측 간 공방만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든, 침묵을 지키든 북한의 비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