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웹툰은 완생, 드라마 ‘미생’은 미생[권혁기의 필담]

2014-12-21 00:00
네티즌 "원작과 다른 내용, 산으로 간다"는 반응 다수

[사진=tvN '미생'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케이블 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제작 김원석)이 종영됐다.

20일 오후 방송된 ‘미생’ 마지막회에서 장그래(임시완)는 원인터내셔널에서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장그래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입사 동기 안영이(강소라),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한), 김대명(김동식) 대리, 천관웅(박해준) 과장, 선차장(신은정) 등은 회사에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하는 이유를 피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장그래는 웃으며 결과를 받아들였고, 원인터내셔널에서의 추억과 기억을 되새겼다.

결국 오차장은 장그래를 불러들였고 원작에서 실루엣으로 표현했던 김대리는 경력직으로 오차장, 장그래와 함께하게 됐다. 장그래는 1편에서 등장한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로 향했다. 오 차장은 의미없는 대사를 영어로 읊어 댔고, 김원석 PD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지, 정윤정 작가의 인상 깊은 영화인지, ‘인디아나 존스’를 언급하며 의미없는 장면들로 ‘미생’은 종영됐다.

드라마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 ‘미생’을 많이 훼손했다는 평이다. 군인 출신 아버지 외에는 없던 안영이의 과거를 추가해 러브라인을 그리더니 장백기와도 ‘썸씽’을 덧붙여 원작 팬들에게 원망을 샀다.

얼음공주처럼 차갑고 모든 일에 완벽을 기했던 안영이는 섹시미를 더한 것에도 모자라 허점이 너무나도 많았고, 원작에서 진중하게 중심을 잡고 오상식(이성민) 차장의 보필했던 김대리는 가벼운 인물로 표현됐다.

없던 인물들이 더해지더니 한석율은 회사 선배의 불륜 현장까지 목격하는 인물이 됐다.
 

[사진=웹툰 '미생' 드라마 '미생' 캡처]

일명 ‘만찢남’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캐스팅으로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미생’이었지만 원작에 너무나도 심한 각색은 팬들에게 반감을 샀다.

이직을 확정하고 원인터내셔널을 퇴사한 오차장은 비루한 모습으로 묘사됐다. 업무 수행의 탁월함과, 사내 정치를 하지 못해 좁아진 입지 때문로 인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회사로 옮겨간 능력자를 가볍게 그렸다.

바둑에서 미생은 돌 4개로 ‘한 집을 만든 것’을 의미한다.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라고 한다.

원작은 미생이던 장그래가 오상식 차장을 만나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결국 완생이 된 장그래를 그렸다면 드라마 ‘미생’은 원작의 결정적 대사만 살린 미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