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난치병 환아, 외조부모 위해 결혼 행진곡 연주한 사연은?…'크리스마스의 기적'

2014-12-17 00:20

승은이가 산타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마법의 열쇠로 대형 선물상자를 열자 평소 갖고 싶었던 피아노가 등장한 모습.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한화갤러리아가 난치병을 앓고 있는 허승은(6, 여) 양에게 크리스마스 기적을 선물했다.

신경모세포종(부신수질 및 교감 신경절에 나타나는 종양)을 앓고 있는 승은이는 커서 피아니스가 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직접 결혼 행진곡 연주를 선물하는게 소원이다.

승은이는 여섯 명의 이모와 외삼촌들 그리고 외조부모의 첫 조카이자 손녀이다. 승은이의 간병을 위해 온 가족들이 매달려 긴 투병생활에 큰 힘을 주었다. 어린 나이에도 승은이는 그 고마운 마음을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어 피아노를 배워 언젠가 가족들의 결혼식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멋진 연주를 선보이는 소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대표이사 황용득)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16일 제주 한림읍 협재리 라온호텔에서 승은이의 소원을 이루게 해줬다.

이를 위해 갤러리아백화점과 제주 갤러리아면세점 직원 20여명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재능기부)와 함께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갤러리아는 승은이의 어린이집 친구들을 위한 깜짝 크리스마스 파티를 마련했다. 승은이는 어린이 집 소풍을 가는 것으로 알고 친구들과 행사장소에 도착했다.

행사에 등장한 산타할아버지는 승은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열쇠를 전달했다. 승은이가 산타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마법의 열쇠로 대형 선물상자(2m*1.5m *2m)를 열자, 평소 갖고 싶었던 피아노가 나타났다.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의 지도하에 생애 첫 ‘결혼 행진곡’을 연주하는 승은이. 뒤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조용히 등장하고 있다. 
 

이후 임인건씨의 지도하에 승은이는 생애 첫 ‘결혼 행진곡’을 연주했다. 승은이가 연주에 집중하는 동안 그 뒤로 내년 결혼 40주년을 맞는 외할아버지, 할머니의 리마인딩 결혼식 행진이 몰래 진행됐다. 부모님과 이모, 삼촌들까지 깜짝 등장해 승은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지켜보며 축하하기 위해 연주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승은아 사랑해!"라고 외치는 가족들의 소리에 승은이가 뒤를 돌아보고 당황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족들은 승은이가 전해준 크리스마스 선물에 모두 눈물을 흘렸다.

승은이가 들려준 크리스마스 선물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족들. 


임인건씨는 "음악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기쁘고 보람있는 날이었지만 가슴이 찡했다"며 "이런 좋은 일에 계속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승은이는 자신의 첫 피아노 스승인 임인건씨에게 배꼽인사로 감사함을 전했다.

연주가 끝난 후 승은이는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40개의 크리스마스 선물상자 열쇠를 받아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발병 후 어린이 집을 잘 나가지 못하면서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었던 마음을 담은 것이다. 항상 자신을 “씩씩하고 용감한 아이”라고 하는 승은이는 배에 남은 큰 수술의 흉터도 괜찮다고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하는 어른스러운 아이지만, 유독 ‘어린이집’ 말만 나오면 울먹인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매년 난치병 환아들을 위해 이같이 소원을 들어주는 위시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난치병 환아들은 소원을 이루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면 건강해질 확률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진금탁 제주 갤러리아면세점 점장은 “승은이가 꿈꿔왔던 첫 연주가 희망의 시작이 돼 하루 빨리 완쾌하고, 친구들과 같이 건강하게 성장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