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골프장이 힘겨운 싸움을 하는 이유

2014-12-16 00:10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



이제는 중과세의 족쇄 풀어주고
은퇴한 베이비부머 필드로 끌어내야
에코세대는 모바일 게임이 더 익숙
무메랑된 원죄 해결에 지혜 모아야



우리나라 골프장이 환란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태생이 잘못됐다. 산업이 아니라 부유층의 놀이문화로 인식해 골프장은 선망의 사업이었고, 진입하면 따뜻한 양탄자 방석이었다. 골퍼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부담해왔다. 골프장에 매겨지는 세금은 중과세 일색이다. 재산세는 일반 업종의 10∼20배다. 회원제골프장의 개별소비세는 카지노나 경마장보다 몇 배 높게 징벌적으로 부과돼 그 부담은 골퍼들에게 그린피(골프장 입장료)로 전가된다. 그린피는 글자 그대로 코스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의 내장객 부담이어야 정당하다.

골프비용 문제는 정책적인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개선할 수 있는데도 흐지부지돼왔다. 준공시 골프장이 내는 취·등록세나 부동산 보유세를 일반 업종과 같게 하고, 개별소비세를 타산업과 형평에 맞게 부과한다면 그린피 중에서 50% 정도는 절감된다. ‘반값 그린피’가 가능한 것이다. 정부의 세수확보란 관점도 이해는 가지만, 냉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베이비 부머는 6·25전쟁이 끝나고 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로, 현재 인구 5000만명 중 약 15%인 750만명 정도다. 이 세대들이 퇴직하고 있다. 이들에겐 학업과 취업을 걱정하는 자녀들, 전업 주부, 자식의 효도만을 기대하는 노부모밖에 없다. 이들은 10대 시절에는 입시지옥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20대에는 군부와 독재에 항거하며 청춘을 보냈으며, 30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주축이었다. 40대에는 IMF 외환위기를 맞아 동료의 절반을 잃었지만 경제를 일으키는 일선에 있었다. 50대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부분 조기 은퇴를 시작했다. 이제 자신의 여생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골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족들의 눈치는 물론 자녀 결혼, 노부모 봉양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신규 골프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베이비 부머 세대의 골프 이탈로 인해 실제 골프장 내장객은 2009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새로운 골프인구의 유입이 있어야 골프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에코 세대는 베이비 부머가 낳은 1979∼1992년 출생자들로, 약 954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맞벌이 베이비 부머의 2세인 이들은 유아원 어린이학원 등 위탁시설 속에서 어린 시절을 ‘사육’당하면서 자란 세대다. 밖에 나가 남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진 세대이기에 TV, 전자오락, 컴퓨터 게임, 모바일, MP3 등의 ‘나홀로 문화’에 익숙하다. 성격이 급하고 난폭하고, 외곬이거나 이기적이면서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힘든 조건 속에서 자랐다. 골프와는 격이 맞지 않는다. 골프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고, 어울려 서로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이들이 골프인구로 쉽게 유입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내장객은 줄고 그린피는 저가 경쟁 체제가 되면서 골프장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회원권 분양은 쉽지 않고 가격도 나락으로 떨어져 반환물량만 물밀듯이 돌아온다. 비축돼있어야 할 반환자금은 깡통이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골프장은 최근 2년간 50군데가 넘는다. 차입금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상황이다 보니 법정관리까지 가는 극한으로 내닫고 있다.

그동안 골프장 사업은 자금의 관리 감독이 허술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회원제골프장은 애초 무일푼으로 회원을 모집해서 공사하고 부풀려진 금액은 사업주가 전용하다 보니, 경기 좋을 때야 문제가 없겠지만, 국경없는 요즘의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은 근시안적인 골프장 사업주와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왔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