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공모주 청약광풍 "예금ㆍ부동산까지 담보로…"
2014-12-14 06:01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 직장인 A씨는 11일 '로또주'로 불리는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약 5000만원으로 1500주를 신청했다. 증거금은 4000만원을 넣어 둔 은행예금을 담보로 빌렸다. 대출 금리가 약 4%로, 증거금 환급일인 15일까지 나흘 동안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1만8000원 정도다. A씨는 "경쟁률이 200대 1에 육박해 겨우 7주를 받았지만, 삼성SDS 때처럼 시초가가 2배까지 뛴다면 이자 빼고 35만원은 번다"며 웃었다.
14일 금융투자협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예탁증권담보융자(주식담보대출) 잔액은 8일 912억원에서 제일모직 청약 마감일인 11일 1200억원으로 약 32% 증가했다. 청약 첫날인 10일도 전일 대비 약 4%, 11일에는 22% 넘게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단기상품에서도 뭉칫돈이 빠져나왔다. 국내 MMF 설정액은 9일 하루에만 5조5950억원이 감소했다. 날마다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4월 이래 최대치다. CMA 잔액도 9~10일 이틀 사이 3조7770억원이 줄었다.
실제 주식이나 예금,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하거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돈을 마련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홍숙아 대우증권 대치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보험이나 채권, 주식,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금융상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투자자가 많았다"며 "환급일까지 4일만 보유하면 돼 이자비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10월에 상장한 삼성SDS 시초가는 38만원으로 공모가(19만원)보다 2배 높게 형성됐다. 이뿐 아니라 올해 상장한 BGF리테일이나 쿠쿠전자도 시초가가 공모가에 비해 각각 약 40%, 73% 높았다.
한동안 증시에서 큰 재미를 못 봤던 투자자가 공모주에 몰리고 있는 것은 이런 사례 덕분이다. 아예 공모주 청약 경험이 없는 투자자도 큰 관심을 보이며 뛰어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명동지점 한 PB는 "청약 전 미리 계좌를 개설하러 온 분이 많아 되레 청약 당일보다 바빴다"며 "5억~10억원씩 투자하는 분도 많았고, 처음 청약을 하면서 1~2억원씩 넣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상장을 주관한 대우증권은 일반ㆍ우대고객 경쟁률이 각각 245.98대 1, 157.66대 1을 기록했다. 증거금 1억600만원으로 4000주를 청약했다면, 일반ㆍ우대 고객이 받는 제일모직 주식은 각각 16주와 25주다. 시초가가 기대처럼 2배까지 뛴다면 80만~130만원을 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