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아니다"...1252일 만에 사법리스크 벗은 이재용
2024-02-05 16:3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불법 경영권 승계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252일, 약 3년5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1심 판단이다. 합병비율 조작, 중요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불법로비 등 검찰이 제기한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국정농단 이후 거듭돼 온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본격적으로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은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이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보던 이 회장은 무죄가 선고되자 비로소 옅은 미소를 띠었다. 별도의 소감 없이 법원을 빠져나온 이 회장을 대신해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기 위해 이 같은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