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너도나도 특별법, 가결률은 10%대…‘특별’만 추구하는 19대 국회 민낯
2014-12-10 16:07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9대 국회 들어 특정 사람과 행위, 지역, 사물에 적용되는 ‘특별법’ 발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법 중 일부는 일반법의 요건을 더하는 이른바 ‘가중요건’으로 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발의를 남발, 국회가 ‘예외 선호’만을 좇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다수의 특별법이 지역민원 해결이나 정부입법안을 뒷받침하는 법안인 점을 감안하면,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특별법을 남용하고 있고 있는 셈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 개원(2012년 5월30일) 이후 현재까지 발의된 특별법은 572건(소관위 접수 포함)이다. 여기에 특례법 발의(139건)까지 더하면 711건에 달한다.
19대 국회 종료가 2년 반 정도 남은 점을 감안하면, 총량은 18대 국회 특별법 발의(733건) 건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례법은 306건이었다.
물론 정기국회 종료일(9일)에 본회의에서 치리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로 인한 피해자의 대학입학 지원에 관한 특별법,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살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인 형제복지원 특별법 등과 같이 긴급을 요하거나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필요한 특별법도 존재한다.
‘손톱 밑 가시’인 각종 규제도 특별법 발의의 이유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별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규제 중심적인 법제도적 환경에서는 신기술·신제품·신사업 등의 자유로운 시장 출시와 경제주체의 용이한 시장진입이 어렵다”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 시범사업을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창조경제 시범사업 심의위 심의→중앙행정기관 승인’ 등의 과정을 거쳐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 A라는 창조경제 관련 사업이 다른 법령에서 기준과 요건 등이 결격되거나 법률적 근거가 불명확하더라도 ‘일괄적인 특례’를 통해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별법 1석3조에 들어있는 꼼수…“특별에 목매는 한국의 민낯”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일반법 보충 등을 통해 법률안을 보완하는 방식 대신 ‘특별’이란 네임을 가진 법만을 원하면서 가결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19대 국회에서 가결된 특별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위원회안)’ 등을 포함, 90건에 그쳤다. ‘가결률 16%’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이는 경제자유구역 특별법과 세월호 특별법 제·개정 당시 비슷한 법안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이번 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은 15개, 세월호 특별법은 7∼8개가 발의됐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중 2건은 대안폐기됐다. 세월호 특별법 중 기존의 법안에서 일부만 차용한 함량 미달의 법률안도 발의됐다. 사회적 합의 없이 끼워넣은 ‘특례입학’, ‘의사자 지정’ 등의 내용이 여야 갈등만 증폭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야의 이 같은 천태만상은 △특별법 발의를 통한 ‘이슈 끌기’ △‘지역민원’ 해결 △‘차기 총선’ 담보 등을 일거에 달성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맞닿아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역민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특별법 남발이 일반법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면서 일반법도 특별법도 부실해진다는 데 있다. 폐기된 법률안을 다시 재수정하거나 글자 몇 개를 고쳐 대표발의한 ‘부실한 일반법’이 있는 한 특별법 남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발의 법안의 수나 속도 등에 맞춰져 있었다”면서 “정성적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