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경제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중국중앙(CC)TV의 '올해의 경제인물' 시상식이 올해는 열리지 않게 됐다.

CCTV 관계자가 전날 "CCTV 이전 등의 문제로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2014 올해의 경제인물' 선정은 한 해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밝혔다고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가 10일 보도했다. CCTV 측은 방송사 이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빼든 날선 사정칼날에 CCTV가 직격타를 받은 때문이라는 추측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다.

CCTV는 현재 공산당 당적을 박탈당하고 검찰 이송이 예고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로 시작된 사정돌풍에 휘말린 상태다.

지난해 말 저우융캉에게 그의 두번째 부인이 되는 CCTV 수습기자 출신 자샤오예(賈曉燁)는 물론 저우융캉의 내연녀로 추정되며 올 초 CCTV에서 자취를 감춘 선빙(沈氷)과 예잉춘(葉迎春) 두 유명 아나운서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리둥성(李東生) 전 CCTV 부사장, 당시 공안부 부부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CCTV에 대한 사정바람이 시작됐다.

특히 이후 당국의 CCTV에 대한 수사가 재경채널로 넘어간 것이 '올해의 경제인물' 시상식 진행에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CCTV 경제체널 간판 앵커 루이청강(芮成剛)이 뇌물수수를 이유로 당국에 체포됐다. 세계 정상 30여명, 세계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3000명과 인터뷰를 한 것으로 유명한 루이청강의 비리로 CCTV 재경채널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울러 CCTV에 22년간 몸 담으며 상당한 권력을 손에 넣은 궈전시(郭振玺) 재경채널 총감과 리융(李勇) 부총감 등 소위 '궈전시 사단'이 뇌물수수 등을 이유로 당국에 줄줄이 체포된 것이 가장 큰 충격이 됐다.

궈 전 총감이 '올해의 경제인물'과 '3.15 만회(晩會)' 라는 양대 기업 관련 프로그램을 손에 쥐고 '사리사욕'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CCTV 재경채널 내부 인사는 "궈 전 총감이 '올해는 이곳' '내년에는 이곳' 이런 식으로 경제인물이나 조사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면서 투표라는 객관적 기준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지 오래됐다고 증언했다.

 '3.15 만회(晩會)'는 소비자의 날인 3월15일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외국 기업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월마트, 맥도날드, 최근에는 애플이 조준 대상됐다.  

여기다 다큐채널 총감인 류원(劉文), 황하이타오(黄海涛) 드라마채널 부총감도 '경제적 사건'을 이유로 속속 체포되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CCTV가 '난감한 내부사정'에 '올해의 경제인물' 시상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CCTV 관계자도 "이번 행사 취소가 외부적으로는 놀라운 일이겠지만 CCTV 내부에서는 특별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가 심각함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 2000년에 시작돼 매년 12월 12일에 진행되는 CCTV의 올해의 경제인물은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 뉴욕거래소 상장과 '대박'신화를 이어가는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 아시아 최대부호인 청쿵그룹의 리카싱(李嘉誠) 회장 등도 올해의 경제인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다크호스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이름을 올려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