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국토부,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 놓고 '각개전투'

2014-12-08 14:30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내년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사업 육성안을 놓고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주택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마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로 비쳐져 건설사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초 국토부에 통보 없이 서울 시내 모처에서 H건설, G건설, D건설, L건설, P건설 등 건설사 5곳의 주택 담당자를 불러 회의를 열고, 대형업체의 참여를 독려했다.

또 대기업이 임대사업에 참여하는데 애로점이 무엇인지, 대형 건설사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묻고 참여 건설사들의 답변을 들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계획 등은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무작정 건설사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온 것 같았다"며 "건설사들도 택지 공급가 인하, 부채비율 문제 등 일반적인 문제점만 전달하고 왔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건설사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지난주에 주택정책과장이 민간 임대 관련 용역을 진행중인 국토연구원 연구진 2명과 함께 G건설, L건설 등 5∼6개 대형 건설회사를 직접 방문해 주택사업 담당자들과 만난 것.

국토부 역시 현재 추진 또는 계획 중인 임대주택 사업 현황을 묻고 사업 추진시 애로사항,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를 위한 건의사항 등을 청취했다.

건설사들은 양 부처가 똑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경쟁하듯 따로 움직이는 데 대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정책의 주무부처는 국토부고, 건설업계나 주택·건설단체도 모두 국토부 산하인데 기재부가 주택정책에 대해 물어보니 어디까지 답변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며 "(기재부를 만날 때) 국토부 눈치가 보인 것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대형 주택건설업체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도 입장이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주택협회는 최근 '공식적인' 중재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재부로부터 대형 건설사를 모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상급기관인 국토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주택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부터다.

기재부는 9·1부동산 대책을 만들 때도 국토부와 상의하지 않고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주택협회와 건설사들을 별도로 만났다.

이번 기업형 민간 임대도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달 21일 주요 연구기관장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외부에 공론화했고, 나흘 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차 강조하면서 힘이 붙었다.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주택정책의 주도권을 기재부에 뺏긴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토부는 그 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에 대해 기재부가 새로운 어젠다로 만들어 끌고가려는 것이 못마땅한 상황이다.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은 이달 중순 이후 발표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얼개가 공개된 후 이달 말이나 내년 초 별도 대책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택지공급부터 민간 임대의 제도·건설 단가·건축 규제 완화·세제·자금지원 등 모든 것이 총 망라돼야 한다"며 "정부 부처가 상호 협조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