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50억 뒷돈 건넨 동화약품…처벌 수위는

2014-12-07 11:10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소화제 ‘까스활명수’로 널리 알려진 동화약품이 50억원이 넘는 뒷돈을 의사에게 건네오다 적발됐다. 지난 2008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규가 시행된 후 적발된 것 중 가장 큰 규모인 이번 사건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리베이트가 쉽게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7일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에 적발된 동화약품 리베이트의 주요 수법 중 하나는 대행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대행업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의약품 처방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영업전문대행업체(CSO) 등 대행업체를 통한 리베이트 제공은 리베이트 규제가 심해지면서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 방식이다.

CSO 설립이나 CSO를 통한 제약사의 영업활동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보다 규제나 적발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우회 리베이트의 통로로 인식돼 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 보건복지부도 “CSO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제약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한국제약협회 이사장단은 지난 6월 CSO를 활용한 제약사의 불법 영업을 차단하자고 결의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 가운데 1명이 제약사로부터 원룸 월세를 제공받은 것과 같이 제약사가 대납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관행도 아직 뿌리 뽑히지 않았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두번 이상 적발되면 급여목록에서 영구 퇴출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 적용은 받지 않게 된다. 투아웃제 도입 전인 2010∼2012년 사이에 이뤄진 리베이트이기 때문이다.

대신 복지부가 해당 약제에 대한 약값 인하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사에 대한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검토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0월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고려대 안산병원 모 교수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대형 제약사들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통해 지난 7월 이후 리베이트 사례가 적발되면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첫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국세청은 최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상품권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 상품권을 통한 리베이트가 적발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