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쭐 난 국민안전처 박인용, 칭찬 받은 공정위 정재찬

2014-12-04 16:20
재난안전컨트롤타워 초대 수장 '도덕성' 도마위…시장의 파수꾼 '정책 검증' 집중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국민안전처 초대 수장에 내정된 박인용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연신 “사과드린다” “제 불찰”이란 말을 반복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반면 같은 시간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인 부동산 투기의혹, 병역문제, 논문표절 의혹 제기 대신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모두로부터 칭찬 일색의 격려를 들으며 정책 소신을 밝혀 대조를 보였다.

이날 박인용 후보자는 비록 전역 이후 일이지만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튿날 골프를 친 것을 비롯해 △아파트 부당취득 △수차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수십 차례의 교통 범칙금·과태료 상습 체납 등으로 도덕성 자질을 따지는 여야 의원들의 뭇매에 시달렸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은 “박 후보자가 1994년 2월 분양받은 일산 건영 아파트는 분양 조건으로 실거주요건을 의무화했는데 한 번도 살지 않았다”면서 “군인아파트라서 분양 조건을 충분히 인지했을 텐데 알고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후보자는 왜 이렇게 부동산에 집착을 했냐”면서 “진해에 살면서도 서울에 3년 이상 살아야 1순위가 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처형집에 위장전입을 하는 등 무려 4차례의 위장전입을 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임수경 의원은 “해군장성 출신이어서 안보관은 문제가 없겠다 생각했는데 연평도 포격 때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는데도 골프를 쳤다”며 “진돗개 하나는 흡사 전시를 방불케 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이런 때 골프를 쳤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후보자는 “당시 (전역을 한 뒤라) 비록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고위 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사고 이후 4개월 동안은 골프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을 의도적으로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승용 의원은 박 후보자가 지난 2002년 배우자 명의로 매입한 분당의 아파트를 2005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1억9000만원에 매입했다고 기재했다면서, 그러나 박 후보자는 당시 부동산거래 신고서에 매입가를 3500만원으로 신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당시 세무지식이 부족해 공인중개사에게 계약을 일임해 아파트 매매 과정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 의원은 “부인 명의로 매입했다지만 이처럼 상식 이하의 가격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세무지식 부족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양도세 탈루뿐만 아니라 취·등록세까지 적게 내려 한 것”이라고 꼬집자, 박 후보자는 “모두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진선미 의원은 연말정산 시 세 차례나 이중공제를 받은 사실을 지적했고, 군인 퇴직 이후 연금을 수령하는 와중에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5년간 종합소득세 신고를 회피한 것에 대해서도 “종소세를 납부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답변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진 의원이 “2008년 당시엔 소득이 발생해 종소세를 한 차례 납부했는데, (소득이 있으면 종소세를 납부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지금 거짓말하시냐”고 따져 묻자, 박 후보자는 “(잘못을) 인정한다”며 “세무 지식이 부족했다.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연신 야당의 뭇매를 맞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여당 의원들은 박인용 후보자의 국민안전처 업무에 대한 당부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여러 개의 조직과 서로 다른 부처 출신들이 한데 모임에 따라 서로 투쟁을 하게 될 텐데 이런 조직을 잘 끌고나갈 방법은 있느냐”면서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안전 선진국의 사례를 모델로 많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오늘 이후부터 박 후보자는 정장을 그만 입어야 한다. 안전과의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늘 점퍼를 입고 현장에 있기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안전처가 출범하면서 여러 조직을 합쳐 상당한 인원을 배치했고, 이번에 당장 내년도 예산을 엄청나게 배정했다”면서 “이것은 권한을 줬다는 것이니,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박 후보는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라는 국민의 아픔 속에서 탄생한 조직이라, 장관에 내정돼 기쁘기보다는 책임감이 컸다”면서 “물과 모래, 시멘트를 섞으면 콘크리트가 되는 것처럼 하나의 단단한 조직이 되도록 하겠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진땀을 흘렸던 4일 같은 시간, 정재찬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시장의 파수꾼’다운 정책 소신을 밝혔고 여야 의원 모두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사진=아주경제 DB]


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진땀을 흘렸던 시간, 정재찬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시장의 파수꾼’다운 정책 소신을 밝혔고 여야 의원 모두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이미 정 후보자는 고위 경제관료 중 최저 수준의 재산을 신고했고 부동산 투기의혹이나 군복무 문제 모두 깨끗해 이날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정책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은 “정 후보자의 ‘경제민주화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정말 동의하고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중에 공정위가 지향하는 가치로는 전자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성을 지닌다고 본다는 답변에도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공감을 피력했다.

신 의원은 또한 “후보자가 도덕성과 청렴성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흠이 발견되지 않아 저도 기분이 좋다”면서 “일반적으로 행시 합격하고 군대를 장교로 갈 길이 많았을 텐데 왜 꼭 사병으로 갔나”라며 호의를 보였다.

같은 당 이상직 의원은 “공정위 재직 시 성과로 카르텔조사단장 때 국민생활에 밀접한 분야 담합을 적발한 것을 꼽았는데 이것 한 가지만 제대로 자부심을 느껴도 훌륭한 공정위원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면에서 후보자를 높이 평가하며 이 철학대로 해달라”며 격려했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정 후보자는 공무원 전 경력의 대부분을 공정위에서 보내고 위원장으로 지명받았기 때문에 참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며 “공정위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사기를 높일 기회라 생각하며 공정위 출신이 다르다는 본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시중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허니버터칩’과 관련해 끼워팔기 의혹 조사의 필요성 등 각종 질의에 대해 “제가 취임하면 국민 먹거리, 민생 관련 부분은 담합이 됐든 불공정거래 행위가 됐든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을 고치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공정위에 맡겨진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경제의 혁신역량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도 시장의 건전한 경쟁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시장의 파수꾼이 될 것임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