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헌법 지킨 국회…‘쪽지예산 없다’ 약속 못 지켜
2014-12-02 22:00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국회가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12월 2일) 내 통과시키면서 12년 만에 헌법을 지켰다.
여야는 본회의 당일까지도 정부안을 대체할 수정예산안 마련에 진통을 겪었지만,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상 자동부의제 첫 적용 원년인 올해를 ‘예산안 법정시한 준수 원년’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예산안 시한 내 처리란 값진 결실 이면에는 이른바 ‘쪽지예산’‘카톡예산’이 횡행했고, 법정 시한을 맞추려 어느 해보다 ‘밀실·부실·졸속 심사’를 했다는 비난 또한 공존한다.
실제로 여야는 11월 6일에서야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고 이후에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논란에 따른 야당의 국회의사일정 ‘보이콧’ 등으로 파행을 빚었다.
이후 한 달도 안되는 기한 내 심사를 하느라 지난달 30일까지 여야는 주말까지 반납하며 심사를 이어갔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여야 합의로 심사 기한을 이틀 더 연장하는 ‘법외 심사’까지 도입하는 궁여지책까지 나왔다.
어렵게 여야가 내년도 예산 시한 내 처리에는 성공했지만 어느 해보다 ‘부실·졸속 심사’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쪽지 예산’도 판을 쳤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여야는 예결특위 심사권이 종료된 지난달 30일 이후 12월 2일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법외 심사를 벌여, 본회의 통과 직전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길이 없는 ‘깜깜이 심사’였다.
이처럼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게 되면서 민원성 지역 예산인 이른바 ‘쪽지 예산’도 기승을 부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376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에 16조원 이상의 증액 요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쪽지 예산까지 더해지면 정부안이 칼질을 당하고 지역구 챙기기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내민 예산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상당 규모의 지역 민원성 예산 요구가 예결위원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표 예산결산위원장과 여야 간사 모두 당초에는 쪽지 예산은 힘들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소속 당 의원들과 기관의 지속적인 민원을 매정하게 거부할 수 없는 지라 막판에 적잖게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결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2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치지 않은 쪽지예산 단 한건도 심사하지 않고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새로운 비목(비용명세)을 설치하기 위해 상임위에 단 한건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예결위에서 새 비목설치가 없다는 것은 예산 과정이 그만큼 투명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조6000억원 정도를 삭감했고 증액은 3조원 정도로 했다. 세입감소분은 4000억원으로 해 적자 축소는 2000억원 정도로 여야가 어느 정도 맞췄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궁극적으로 부실 예산 심사 논란을 벗고, 쪽지 예산을 근절하려면 국회 스스로 거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쪽지예산은 대부분 자기 지역구에 생색낼 홍보용이기 때문에 낭비성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한에 쫓기는 막판에 끼워넣기 때문에 합리성을 제대로 평가할 겨를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애초 정부 제출분과 국회 최종 의결분을 비교하면 증액 부분이 드러나고 중간에 끼어든 쪽지 주범도 금방 밝혀진다"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국회의장이 나서서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결과를 백서로 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