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을 읽다' 박정자 송일국 예지원 '100인의 배우 "가슴으로 읽겠다"
2014-12-02 15:21
한국연극인복지재단 EBS 커뮤니케이션북스 공동 프로젝트 내년 1월 방송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이번 작업이 근대를 통과하면서 잃어버린 우리 문학의 낭독성을 회복하는 것과 함께 스마트폰 세대에게 문학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박영률 커뮤니케이션 대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박정자), EBS(사장 신용섭), 커뮤니케이션북스(대표 박영률)등 세 기관이 함께 한국 문학 100년을 재조명하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 근대문학에서 손꼽히는 중·단편소설 100편을 배우들이 직접 낭독해주는 행사다.
2일 오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용섭 EBS 사장과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낭독 시연자인 배우 송일국과 예지원, 남명렬, 김호정 등이 참석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구연극인복지재단은 낭독배우 섭외를, EBS는 콘텐츠 제작을,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작품확보와 오디오북 유통을 맡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출판과 연극, 라디오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EBS 신용섭 사장은 "낭독으로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능력과 드라마 연기능력을 겸비해야 하는데, 이번 낭독 프로젝트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100명의 배우가 참가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낭독 첫 주자인 박 이사장은 "황순원, 나혜석 등 작가들 이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낭독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뒤 머리로 해석하고 혀로 표현하는 과정인데 이 모든 것이 함께하지 않으면 정말 어렵다"고 밝혔다.
김명순의 '나는 사랑한다'(1926) 낭독을 맡은 그는 "1920년대 자유연애와 자유 이혼을 외쳤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의 자산인 소설을 너무 뒤늦게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대한·민국·만세 세 쌍둥이에게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 전래 동화를 많이 읽어 준다는 송일국은 "연극배우로서 아직 신인인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밝혔다.
송영의 단편 소설 '석공조합대표'(1927)를 낭독할 송일국은 "낭독은 아니어도 내레이션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음성에 모든 걸 담아야 하기에 또박또박 읽으면서도 고저장단을 챙기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지원은 "낭독이라고 해서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상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가슴으로 읽겠다"고 말했다.
모든 작품은 100년 전 문체 그대로 살려 낭독한다. 이 때문에 배우들이 낭독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낭독 작품=2015년 1월부터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104.5 ㎒)에서 방송한다. 문학사적 가치와 작품성, 낭독성을 고려해 작가별로 1편씩 총 100편을 선정했다. 1차로 근대문학 태동기인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된 작품 50편을 선정했다. 2차로 한국전쟁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50편을 선정한다.
현진건의 '빈처'(1921),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1934), 김유정의 '봄봄'(1935)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뿐 아니라 이익상의 '흙의 세례'(1925), 임노월의 '악마의 사랑'(1924) 같은 낯선 작품들도 있다.
▶참여배우=박정자 이사장을 비롯해 우리 시대의 내로라하는 연극배우들을 망라한다. 원로 이순재부터 신예 이희준까지 고루 참여한다. 황정민 송일국 안재욱 오달수 등도 소설 한편을 맡아 읽는다. 강부자, 손숙, 박해미, 오지혜, 예지원등이 친숙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낭독은 작품 발표 당시의 문장과 어투를 가능한 그대로 살려 원작의 맛을 최대한 전달할 예정이다.
▶오디오북=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제작,내년 3월부터 1차로 50편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오디오북은 개인에게 판매하지만 시각장애인이나 새터민,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기관에는 무료로 배포된다. 낭독자 인세는 참여 배우 공동 명의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