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네 번째 우리은행 민영화 도전이 또 다시 실패로 끝났다. 경영권 매각에 중국 안방보험만 참여하면서 결국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마감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입찰에 중국 안방보험  한 곳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관심을 보였던 교보생명은 막판에 불참을 선언했다.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매각을 경영권 지분(30%)과 소수 지분(26.97%)으로 나눠 진행해왔다. 경영권 매각은 일반경쟁입찰, 소수 지분 매각은 높은 가격을 써낸 응찰자부터 순서대로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실시했다.

◆ 금융당국 부정적 기류에 교보생명 불참

그동안 우리은행 인수에 대해 관심을 보였던 교보생명은 앞서 열린 이사회와 경영이사회에서 참여를 유보한 끝에 결국 불참키로 결정했다. 

금융당국 측에서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 이번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위는 표면적으로는 오너가 있는 금융사에 대해 입찰 참여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직접 말은 안 하지만 특혜 등의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 뻔한데 무리해서 개인 대주주가 있는 기업에게 넘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험업법상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직접 조달 가능한 자금이 '자산의 3%(약 1조3천억원)'에 그쳐 투자자를 모은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수지분 매각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쪼개팔기' 등 매각 방식 전면 재검토 필요

우리은행 매각이 또 다시 실패로 끝나면서 민영화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공정자금 회수를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 매각을 4차례나 추진했지만 연이어 실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 블록딜 세일 등 지분을 쪼개 파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신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지분의 소액주주 매각 전환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우리은행 민영화는 어려울 것이다"고 분석했다.

정부 측도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서 민영화 방식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되면 30% 지분을 경영권 지분매각으로 한번 더 추진할지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전환할 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차기 행장 선임에도 영향?

이번 경영권 지분 매각 유찰이 차기 행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취임하면서 민영화를 최대 과제로 꼽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이순우 행장의 연임이 유력했지만 최근 정치권 내정설이 퍼지면서 이광구 개인고객본부 부행장과의 2파전으로 흐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 부행장의 경우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인맥을 바탕으로 최근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앞서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첫 회의를 열고 후보 선출 방법 등을 논의했다. 이에 이르면 다음주 후보를 추천한 뒤 9일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려 의결할 계획이다. 이후 이순우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행장을 정식으로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