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0세 정년 사실상 폐지…재고용 카드 만지작
2014-11-27 18:42
정년제도 기업 부담 작용…내년 노동개혁 1순위로 거론
재고용제도, 임금피크·희망퇴직 중간 성격…고령화 사회 대안 부상
재고용제도, 임금피크·희망퇴직 중간 성격…고령화 사회 대안 부상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고용시장 개혁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정년 제도를 꼽았다. 현재 60세 정년을 폐지하거나 연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60세 정년 제도가 기업에 부담을 주고 노동시장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60세 정년 제도를 손보는 대신 재고용 시스템을 확대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절충안을 찾을 해법인 셈이다.
27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재고용 시스템 확대 추진을 검토 중이다.
정년 제도는 60세까지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은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300인 미만 사업장 및 국가 지방자치단체는 2017년 1월 1일부터 60세 정년 의무화가 적용된다.
그러나 정년 제도를 위반하더라도 처벌조항은 없다. 사업장에서 60세 전에 해고한다고 해도 부당해고 정도의 처벌만 받는다.
정부는 이같은 정년 제도 폐단을 막기 위해 임금체계 시스템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60세 정년이 법으로 통과 됐더라도 이를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되기 전에 보완책을 찾자는 것”이라며 “기업이 60세 정년에 부담을 갖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노동시장 임금체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노동계와 기업, 정부의 구체적 입장을 들어봐야겠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정년 제도를 보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재고용 시스템이 확대되면 사실상 기업에서 정년 제도로 인한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중순께 발표 예정인 내년 경제운용방향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우선순위에 올려놨다. 여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불균형을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고용제도는 정년 연령에 도달한 직원을 일단 퇴직시킨 후 다시 신규로 고용하는 시스템이다. 퇴직 시점에 기존 연봉이나 상여, 복리후생 등 처우나 직무 등에 대해 모두 정산한 후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임금피크제가 점진적이고 희망퇴직제가 급진적인 정책이라면 재고용은 두 제도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이미 일본과 유럽에서는 많은 기업이 재고용 제도를 고령화 대응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재고용 제도는 퇴직자 능력에 따라 재고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 노사 모두에게 윈-윈 하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내년에 노동시장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현재 노동시장 구조는 한 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을 하고 있다.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렇다보니 임금피크제도 효과가 없다. 기업은 높아지는 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고 노동시장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이처럼 정부가 60세 정년을 손보면서 노동시장에 변화를 주려는 것은 고용시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현상이 고용시장에서 60세 정년 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평균연령은 2010년 현재 40.6세로 지난 25년간 7.1세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임금근로자 중 24세 이하는 16.4%포인트 낮아진 데 비해 준고령자로 분류되는 50~64세는 10.4%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생산가능인구에서도 24세 이하 구성비는 11.6%포인트 줄었지만 50~64세는 6.7%포인트 늘었다.
이는 사회 전체보다 기업내부 인력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준고령자 노동시장은 노동력 수급뿐만 아니라 정년·연금수급 연령 및 임금구조 등 제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준고령자는 취업규칙상 규정된 정년(약 57세)보다 이른 시기(약 53세)에 비자발적으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 이후 낮은 연금대체율 때문에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달리 연금수급 개시연령(현재 60세)보다 훨씬 높은 연령인 약 70세까지 시장에서 은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높은 임금 연공성과 더불어 노동력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정부의 60세 정년설정 노력의무 부과에도 불구하고 정년 상향조정을 보다 어렵게 하고 있다”며 “대졸 사무관리직의 경우 현재 정년도 못 채우고 퇴출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정년 연장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고용제도는 대폭적인 임금삭감으로 연공임금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동시에 매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장기고용으로 인한 기업 부담도 줄어든다. 고령층 고용을 연장하는 매우 유용한 제도적 장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