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그랜드 빅딜', 어떻게 이뤄졌나

2014-11-26 16:26
삼성테크원 눈독 들이던 한화, 삼성에 의사 타진하며 급물살

경기 성남 판교의 삼성테크윈 사업장 전경.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재계 1위 삼성그룹과 재계 10위 한화그룹의 '그랜드 빅딜'이 성사됐다. 삼성이 주요 계열사를 국내 다른 대기업에 넘기는 것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17년 만일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삼성테크윈의 방산사업 영역에 눈독을 들여왔던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측에 의사를 타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애초 ㈜한화를 통해 탄약, 유도무기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한화그룹은 미래 무기체계가 전자장비화하는 것에 대비해 삼성테크윈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향후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전투기와 헬기 엔진, 로봇 분야의 역량을 가져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방산사업의 영역을 대폭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테크윈은 그동안 육군에 배치된 K9자주포와 경공격기인 FA-50용 엔진, KUH(한국형 헬기) 사업용 T700엔진 제작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삼성테크윈이 5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인 삼성탈레스는 열영상감시장비, 탐지추적장치 등 방산물자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삼성테크윈이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2.7%를 보유하는 등 지분구조가 삼성의 석유화학 계열사와 얽혀있었기 때문이다.

㈜한화만으로는 관련 계열사 전부를 인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화는 그동안 글로벌 화학업체 인수를 검토해왔던 한화케미칼로 방향을 돌려 삼성의 석유화학 사업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했다. 내부적으로 한화케미칼도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한화는 거래 대상을 삼성의 방산·석유화학 계열사 전부로 확대하게 됐다.

인수 주체도 삼성테크윈과 자회사인 삼성탈레스 등 방산 계열사는 한화의 지주사인 ㈜한화가 인수하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석유화학 기업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번 빅딜을 누가 주도했는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삼성의 대내외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거래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관련해 이번 사안이 실질적으로 이 부회장의 첫 결단이란 말도 나온다.

삼성은 이번 건이 한화가 먼저 제안한 협상이지 이 부회장의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 부회장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CCO)에 대한 향후 경영권 승계 밑그림에도 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실장이 이번 거래가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거래 성사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