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갈지자 행보에 혼란스러운 우리은행 민영화 행로

2014-11-25 16:45
교보생명,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 참여 또 유보

아주경제DB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우리은행 민영화작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매각 예비입찰 마감을 사흘 앞둔 현재까지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힌 곳이 단 한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시장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8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예비입찰 및 소수 지분 매각 본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우리은행 매각을 경영권 지분(30%) 매각과 소수 지분(26.97%) 매각으로 나눠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네번째로 진행되는 우리은행 매각 도전이 사실상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의 '갈 지'자 행보에 인수 후보들이 혼란을 겪으면서 잇따라 입찰 참여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혀온 교보생명은 이날 경영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보생명 측은 "입찰 전까지 (내부적으로) 협의해야 하고, 공동투자 협의도 남아 있다"면서 "오늘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은행 인수를 타진해왔던 중국 안방보험 역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표면적으로는 오너가 있는 금융사나 외국자본에 대해 입찰 참여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들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당국의 부정적인 기류가 인수 후보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수 후보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의도였는지 아닌지는 불확실하지만 결과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오너기업과 외국자본이 스스로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결국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 차기 행장 선임 역시 당국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행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된 지 2주나 지났지만 아직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달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행장을 선임하려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차기 행장이 결정돼 주주총회 안건에 올려야 하지만 이순우 행장을 비롯한 후보군의 이름만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우리은행 안팎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추위가 가동되기도 전에 이미 정부 당국에서 검증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차기 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큰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