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국 시한폭탄 째깍째깍, ‘정의화 중재·여당 단독처리·빅딜’ 3대 변수 따라 정국 요동
2014-11-20 16:56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무상복지와 담뱃세 등 서민증세 논란으로 연말정국이 일촉즉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내달 2일)이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 정가는 예산정국의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20일 여야가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인 이른바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자 정치권 안팎에선 정의화 국회의장의 선택과 여당의 수정동의안 단독 처리,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간 빅딜 등 3대 변수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각각의 변수는 독립적이 아닌 하나의 변수에 다른 하나가 맞물려있는 형국인 터라 연말정국 주도권 향배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의 행보를 비롯한 3대 변수가 ‘강(强) 대 강(强)’ 대치정국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얘기다.
첫 번째 변수는 정 의장의 행보다. 예산정국의 최대 쟁점은 예산안과 부수법안의 자동 부의다. 국회선진화법을 적용받는 올해부터는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관련 예산과 부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주목할 부분은 국회선진화법에 국회의장의 세입부수법안 지정 권한 부여가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의장이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을 들어 세입부수법안을 ‘지정’하는 한편 복수의 동일 법안에 대해선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최종 결정’한다.
정 의장도 지난 13일 아주경제 창간 7주년 창간 인터뷰에서 예산과 부수법안 자동 상정과 관련, “여야 원내대표와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 상임위원장과 협의를 한 뒤 오는 25일께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19일 여야 상임위원장단과 회동을 한 정 의장은 이달 24일 또다시 이들과 만나 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낼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국회법 제85조의3항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는 오는 30일 자정까지 마친 뒤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은 다음 회계연도 30일 전인 다음달 2일까지다.
다만 예산 부수법안 합의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담뱃세·법인세·주민세 등의 부수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합의의 정치’를 중시하는 정 의장의 ‘중재 리더십’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 당시와 마찬가지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與 ‘단독처리’ 시사 VS 野 ‘사자방 국조’ 카드 만지작
두 번째 변수는 새누리당의 수정동의안 단독 처리 여부다.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을 한 새누리당은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수정동안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예산과 법률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정당의 책무”라며 “야당이 지금 ‘법정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넘길 수도 있다’고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가진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FTA(자유무역협정)들도 빨리 통과시키고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공무원연금개혁과 같은 개혁과제들도 적기에 처리된다면 경제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새누리당의 전략은 간단하다. 이달 30일까지 상임위와 예산결산특위에서 심사한 내용을 정부의 수정동의안으로 만든 뒤 원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한다. 수정동의안은 수정안보다 선(先)처리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사실상 수정동의안의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죽을 각오로 정기국회에 임하자”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 맞물려 새정치연합은 ‘사자방’ 국조를 고리로 대대적인 대여공세에 나섰다. 정국 최대 화약고인 공무원연금과 사자방 국조의 ‘빅딜’이 세 번째 변수다. 일단 양측은 빅딜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조만간 물밑에서 빅딜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사자방’ 국조 중 일부만, 새정치연합은 중점처리 법안의 ‘패키지 협상’을 각각 앞세워 치열한 힘겨루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빅딜이 성사된다면, 예산안 처리의 시한이 정기국회 회기인 내달 9일까지 늦춰질 수 있다. 연말정국의 시한폭탄 시나리오의 첫 테이프는 오는 25일 정 의장이 끊는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 의장으로선 헌정 사상 기한 내 예산안을 처리한 ‘국회의장’으로 남고 싶어할 것”이라며 “이는 의장 이후 본인의 정치적 계산이 담긴 포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