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구시보 "북한, 러시아 돌파구로 고립탈피 시도…김정은 첫 방문지 개의치 않을 것"

2014-11-18 17:57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출처: MBC 동영상 캡처]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이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러시아를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18일 중국의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돼 중국이 북러 밀월 관계에 내심 불만이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해 눈길을 끈다.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북한 것과 관련해 18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분석을 했다.

뤼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북한이 전방위 외교를 통해 각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갑자기 안면을 바꾸는 태도는 국제사회 여론의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 일본과 납치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하고 △ 미국을 향해서는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하고 정보기관 책임자의 방북을 허용하는 한편 △한국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인사 3명을 전격적으로 보낸 사례 등을 꼽았다.

그는 또 "고위급 인사들을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파견하는 등 최근 몇 달간 눈에 어지러울 정도의 외교 공세를 펴온 것은 북한이 외교 교착 국면 타개에 얼마나 초조해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왕래가 심상치 않게 자주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지난달 리수용 외무상이 열흘간의 러시아 장기 방문을 마친 데 이어 이번에 최룡해 특사가 전격적으로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왜 러시아만이 북한의 외교적 '구애'에 호응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하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압력 및 러시아와 미국의 긴장관계 등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의 철도 등 인프라 건설을 통해 금, 희귀금속 등의 채굴권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북·러간 협력이 얼마나 실질적 결과를 얻을지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거론하는 관측이 부쩍 많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이런 관측은 꼭 들어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교류는 북한이 대미관계를 중시하고 러시아가 대유럽 관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임시변통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꼽았다.

뤼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희망하면서 북러 관계의 개선을 지지하고 환영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면서도 "북중은 전통적 우호관계인 이웃국가로 북한의 대중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김정은이 첫 방문지로 어디를 선택하든지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