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초이노믹스'…일본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

2014-11-19 08:48
일본식 장기불황 도래 가능성 커
'3저 현상' 타개 경기부양 노력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고 있다. 정부도 스스로 자각 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2~3년을 흘려보내면 한국경제도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높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취임사에서부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 부총리는 저성장·저물가·엔저로 대변되는 이른바 ‘3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세우며 시장 활성화에 주력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은 일본이 장기불황에 들어선 1991년 3월과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면 일본식 디플레이션이나 성장 후 다시 하락하는 더블딥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 1991년 3월 일본과 다를게 없다

시장에서는 새 경제팀이 꾸려진지 4개월이 지났지만 3저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정책도 기대감만 높아졌을 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경기지표 중 하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 2%대 미만에 머물고 있다. 24개월째 저물가 행진이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부추긴 것이 저물가라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세수펑크로 대변되는 막대한 정부 부채는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정부 부채가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올해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에 육박하고 있다.

사회적 현상으로는 인구 고령화가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평균연령은 47세다. 우리나라 평균연령이 37.9세인데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국가다.

이같은 흐름은 일본이 장기침체로 접어든 1991년 3월과 다를게 없다.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상품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지고 자산 가격 거품 붕괴까지 동반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발생하는 것이다.

◆색깔 없는 한국경제…정부의 과감한 결단 필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초이노믹스에 대해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실수를 따라가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경제 정책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본과 닮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바로 반박문을 요청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시장에서 체감하는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로 새 경제팀 가동 이후 부동산 부양정책은 지난 10월 가계대출만 6조9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귀착됐다.. 지난 2008년 통계 집계 시작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가계부채 부작용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 사내유보금 문제 역시 정부의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10대 그룹의 최근 사내유보금은 516조9000억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의 1.4배에 이르지만 그룹들은 여전히 움켜쥔 채 시장 흐름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체감실업률도 10%를 훌쩍 넘었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체감실업률은 10.1%로 공식실업률의 3배를 웃돌았다. 실업자 규모만 287만5000명이다.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실업대란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매년 반복되는 장밋빛 전망으로 세수펑크는 2년 째 돌려막기가 진행 중이다. 경기 상황은 불투명한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해 세수 추계를 짜다 보니 번번이 세수 펑크가 반복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아베노믹스의 정책이 불투명해질 경우 재정건전성 노력 미흡으로 대외 신뢰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의 장기불황을 교훈으로 삼아 저성장, 저물가의 고리를 끊을 만한 해법이 나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고질적인 수요 부족 등 한국은 이미 절반 이상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구사하고 규제 개혁과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