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순천시금고에 농협·하나銀 선정…광주은행 탈락 '이변'
2014-11-18 00:34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광주은행이 최근 JB금융지주에 합병되면서 향토은행이라는 '우월적 지위'로 광주·전남지역에서 누려왔던 행정기관 금고 독점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금고선정에 따른 대외신인도 향상 및 지역자금 유치 등 새로운 수익원을 잡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어 '절대 강자'의 위치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남 순천시는 내년 1월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시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으로 일반회계관리(제1금고)는 NH농협은행을, 특별회계 및 기금관리(제2금고)는 하나은행을 각각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농협은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당시 행사 성공을 위한 음악회 등 30억원 가량을 지원한 것을 비롯, 매년 인재육성 장학기금, 독거노인과 농촌 소득 증대를 위한 지원 등 지역사회 기여도가 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2금고를 거머쥔 하나은행도 2012년부터 정원박람회 후원금 9억600만원을 기탁한 것을 시작해 지역 대학장학금, 정원박람회 홍보, 순천만첨성대조형물 기증, 어린이집 신축 등 3년에 걸쳐 협력사업 명목으로 27억여원의 돈 보따리를 풀면서 공을 들여왔다.
현재 전남도와 도내 22개 지자체 시·군금고 현황을 보면 농협이 22개 시·군 금고를 모두 맡고 있고, 광주은행은 2금고 이상 체제의 15개 시·군을 맡고 있다. 사실상 농협과 광주은행이 전 시·군 금고를 양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광주은행은 향토은행으로서 광주·전남 지자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터라 이번 순천시금고 탈락을 기점으로 '2금고 강자' 위치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악화와 복지재원 증가로 일선 지자체 살림살이가 나빠지면서 각종 기여금이나 협력사업, 대출·예금 금리를 유리하게 제시하는 은행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권에서는 JB금융지주가 덩치 큰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재무 건정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올 3분기 광주은행 당기순이익은 2분기에 비해 37.87%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악화와 대내외적으로 악조건인 상황에서 좋은 조건의 지역 협력 사업을 무기로 광주은행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올해부터 변경한 지자체 금고 지정 기준도 광주은행을 긴장케 하고 있다.
변경된 기준에 따라 상당수 지자체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해 오던 금고를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공개경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금융기관 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광주은행의 프리미엄은 축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 여론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 2011년 여수시금고 선정을 놓고 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여수시 2금고를 맡았던 광주은행은 특정업체에 대출해준 15억원을 회수하면서 보증을 선 여수시 공기업인 여수시도시공사 자본금에서 빼내간 것을 놓고 시의회와 지역사회에서는 '혈세를 빼내간 광주은행은 시금고를 맡을 자격이 없다'며 거센 반발을 샀었다.
광주시의 경우도 광주은행이 JB금융지주의 종속회사로 편입된 것과 관련해 윤장현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JB금융지주가 지역민의 자부심을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인 인수합병 논리를 편다면 향후 시민들의 판단에 따라 광주은행의 시금고 지정을 재고(再考)할 수도 있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전남도내에서 올해 말로 금고계약이 종료돼 새로 금고 선정을 하고 있는 곳은 전남도를 비롯한 순천시·곡성·화순·영암군 등 5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