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실 증권사가 키웠다? "돈 찾을까봐 매일 걸던 전화 뚝"

2014-11-12 17:10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국내 상당수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에게 주가하락으로 원금손실구간에 다가선 사실을 일부러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영업사원보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은행 창구직원을 통해 주로 팔리는 바람에 불완전판매 우려가 제기돼 온 가운데 ELS 손실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가 증시 부진으로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마케팅에 열을 올려 온 ELS 발행액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54조7467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사상 처음 50조원을 넘어섰다. 10월 한 달만 약 7조원어치 ELS가 판매됐다.

이처럼 ELS로 뭉칫돈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무리한 판촉, 부적절한 사후관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A증권 영업사원인 B씨는 "회사가 종목형 ELS 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중도상환을 막아 실적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투자자에게 꾸준히 전화를 걸어 3년 안팎인 만기를 채우면 두 자릿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B씨는 "반대로 주가하락으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지면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며 "판매액이 곧 실적이기 때문에 영업사원이 먼저 중도상환을 권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회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C증권 영업직원 D씨는 "이익을 얻은 고객이 투자금을 조기 상환하려고 하면 회사가 재가입을 유도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며 "그러나 막상 손해가 나면 뒤처리는 영업직원 몫"이라고 말했다.

대개 종목형 ELS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중간평가일에 기초자산 값이 기준 대비 80~95%를 밑돌지 않으면 미리 약속한 수익률로 조기상환할 수 있다. 반대로 만기까지 가져갈 경우 손실진입(녹인) 구간인 60% 아래로 1차례라도 떨어진 적이 있으면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3년 동안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는데도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식으로 만기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적지 않은 ELS가 기초자산으로 삼은 현대중공업 및 현대차, LG화학 주가가 추락하면서 이미 원금손실이 발생했거나 경고등이 켜졌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10월 28만8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현재 11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2013년 26만5000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한때 15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차는 고점대비 낙폭만 최대 60% 이상이다. LG화학도 2013년 평균 20만원대 후반 주가를 유지했다가 이달 들어 고점 대비 약 40%가 떨어졌다.

3개 종목이 모두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섰거나 바짝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55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ELS 발행액 가운데 이처럼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종목형에만 약 5조원이 투자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시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만큼 고수익이 날 것이라는 말만 좇지말고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