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빚내 삼성SDS 샀다 "이자 싸 득"

2014-11-11 16:54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부동자금 블랙홀로 떠오른 삼성SDS 공모주 청약에 '강남 큰손'을 비롯한 거액자산가가 부동산이나 주식을 담보로 빚까지 내가며 수십억, 수백억원씩 뭉칫돈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이자가 떨어진 덕에 자산 담보로 돈을 빌려 차익을 노린 거액자산가가 많았다는 얘기다. 반대로 소액 투자자는 애초 경쟁률만 수백대 1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면서 일찌감치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SDS 공모주 청약 첫날인 5일 약 20대 1에 머물렀던 경쟁률은 마감일인 다음 날 134대 1 이상으로 6배 넘게 뛰었다.

삼성SDS 공모주관을 맡았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청약한 투자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루치 이자라도 줄이기 위해 마감일에 투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삼성SDS 기업공개(IPO)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5개 증권사에 청약 증거금으로 들어온 돈은 총 15조5520억원이며, 최종 청약경쟁률(134.19대 1)을 감안한 1인 평균 투자액은 약 2억9000만원으로 추산됐다.

단 1주를 잡기 위해서도 약 1300만원은 넣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만큼 애초 소액으로 재미를 보기는 어려웠다는 얘기다.

삼성SDS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대출뿐 아니라 기업이나 자산가가 단기자금을 굴리는 초단기 금융시장에서 자금이탈도 두드러졌다.

실제 청약 마지막 날인 6일 머니마켓펀드(MMF)에서만 9000억원에 맞먹는 돈이 빠져나갔다. 이는 4거래일 만에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기도 했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마찬가지다. 청약 기간인 5~6일에만 약 6조원이 순유출됐다. 시기별로는 5일이 1조319억원, 6일은 4조9255억원으로 역시 이자 비용(수익)을 감안해 마감일 인출이 두드러졌다.

공모를 진행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 당시 증권사를 중심으로 CMA 자금 인출이 급증했다"며 "은행에서 거액을 수표로 끊어 점포를 찾은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1일 단위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삼성SDS 청약을 전후로 늘어났다. 기존 예ㆍ적금이나 주식,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도 마찬가지다.

2억원을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빌릴 경우 통상 이율이 5% 안팎인 만큼 공모주 청약을 위해 수일만 쓴다면 10만원 남짓만 이자로 내면 된다.

수익증권(펀드)이나 주식을 담보로 사용하는 경우도 이자비용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8% 이자면 돈을 빌릴 수 있고, 여기에 추가 담보를 잡힐 경우 6%까지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비해 삼성SDS는 상장 이후 수익률이 최소 50%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한 증권사 강남권 점포 관계자는 "이번 청약을 통해 시중에 부동자금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꼈다"며 "한참 거래가 없던 고객까지 지점을 찾아 청약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런 부동자금 흐름은 오는 12월 10~11일로 다가온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공모주 청약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이 거액자산가 재테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대출을 받아 계열 운용사에서 굴리는 절대수익추구펀드(기초자산 가치 변화와 상관 없이 우량채 플러스 알파 수익률이 목표인 상품)에 넣었다"며 "대출이자가 싸져 돈을 빌려 투자해도 되레 이익"이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아직 2금융권에서는 공모주 투자를 위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며 "삼성SDS 수익률이 확인되면 2금융권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