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마(火魔) 휩쓸고 간 구룡마을 직접 방문해 보니
2014-11-10 16:06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남은건 재밖에 없었다.
지난 9일 오후 1시 23분께 구룡마을에는 또다시 화마(火魔)가 덮쳤다. 올해에만 벌써 두번째다.
화재로 검은 연기만 남은 집터에서 주민들은 더이상 눈물을 흘릴 힘도 없어 보였다. 이들은 집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걱정이 앞선 상태다.
화재현장에 서있던 한 주민은 "당신들이 지금 와서 우리한테 해줄수 있는게 뭐냐"며 할일이나 하고 돌아가라고 쏘아붙였다.
화재로 집을 잃은 136명의 주민 중 112명이 현재 개포중학교와 자치회관에 분산 수용된 상태다.
그는 "구룡마을 화재는 다른 곳과 다르다"며 운을 땐 뒤 "이같은 판자촌은 우선 추가 화재를 막기 위해 가스통을 먼저 옮기고, 집의 지붕을 열어 비닐을 제거해야 진화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구룡마을은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보니 누수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집이 지붕쪽에 비닐을 설치해뒀다. 때문에 화재 진화에 나서서 물을 뿌려도 집안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유 회장의 설명이다.
이어 구룡마을 부녀회장을 맡는 김옥임씨가 화재당시를 자세히 묘사해줬다.
김 부녀회장은 "사랑의 연탄에서 봉사가 나왔길래 부녀회에서 떡국을 끓여주는 도중 불이난 방송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시가 좀 넘은 즈음에 7B지구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진화를 돕기 위해 급히 뛰어갔다"며 "현장에 가보니 고물상 불이 맞은편 주택까지 옮겨 붙었고 당시 바람이 엄청 세게 불어서 빠르게 피해구역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김 부녀회장은 "이번 화재 뿐 아니라 지난 7월 발생한 3지구 이재민도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다"라며 "구룡마을에서 이같은 화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소방대응 메뉴얼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이모 씨 할머니는 자치회관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는 "화재당시 외출한 상태였으며 당시 뉴스를 보고 마을 지역의 이웃들에게 급히 전화를 했지만 대부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거동도 불편한 상태라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화재에 대해 강남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민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에 동원된 소방관, 경찰 인력은 409명이며 소방헬기 5대를 포함해 총 67대의 장비가 동됐원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는 총 12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