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타결] 농산물 유통구조 조절·시장가격지지 극복 ‘관건’
2014-11-10 13:11
한국과 중국 간 FTA 30개월만에 '타결'
FTA 이전부터 우리 농산물 위기…조직화된 농업·통계농업
FTA 이전부터 우리 농산물 위기…조직화된 농업·통계농업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한국과 중국 간 FTA 협상을 실질적으로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추가 협상을 논의한 후 연내에 기술적 작업을 마무리해 가서명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전체 22개 분야 중 16개는 의견 합치를 이룬 상황으로 나머지 상품과 서비스 등 6개 분야가 남아 있었다. 그중 공산품과 농수산물의 핵심 쟁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양측 실무진은 지난 7일부터 밤샘협상을 진행하는 등 잔여 쟁점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 실무협상을 거듭해왔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에 자동차와 석유 등 공산품의 조기 개방을 요구해왔고, 중국은 농수산물 개방으로 맞서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축산 쪽 피해가 없도록 하되, 농업 분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협상 마무리를 진행해왔다.
때문에 각 지자체도 자신들의 농산물 방어선을 최대한 막아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 1방어선·2방어선을 통한 버팀막이 당면 과제였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분야 정책질의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중 FTA 타결과 관련해 “축산 쪽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협상하고 농업 쪽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마무리”라며 “지금까지 농업정책이 농업 경쟁력 강화였다면 앞으론 농촌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살기 좋은 농촌으로 만들면 농업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농업 경쟁력 강화는 농산물 품질 강화에만 성과를 이룬 채 유통구조의 맥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실상 FTA 전부터 우리 농산물은 가격 폭락의 시장구조로 인해 위기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구조는 품질이 좋은 농산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과잉 생산이 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농사를 죽어라 지어도 제값을 받기 힘든 농가가 태반이라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가락동 도매시장 상품기준 가격을 보면 배추는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무도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농가 마이너스로 영향이 돌아가고 있다.
한·중 FTA 타결에 따라 농산물 영향이 클 것으로 파악되는 제주도를 비춰보면 심각성은 더하다. 귤·마늘·양파 등 농산물 3개 품목, 조기·갈치·넙치 등 수산물 3개 품목 등 총 6개 품목이 양허 제외 대상에 포함돼도 여전히 많은 농산물이 남아 있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도는 주요 산물인 감귤을 비롯한 59개 상품이 한·중 FTA와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업정책 전문가들은 “FTA의 구체적 협상문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내역으로만 판단할 때 FTA 타결은 산업 분야가 얻는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이에 반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협상을 하겠다는 농업 분야는 어찌됐든 피해에 따른 후폭풍은 남을 수 있다. 품질 좋은 농업 생산은 해왔으니 유통구조의 본질적인 문제를 손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2방어선을 통해 최대한 막아내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유통구조 조절 등 시장에서 가격 지지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의무자조금제도로 가야 한다. 의무자조금제도 1순위 감귤, 2순위는 월동채소 등 농민들의 참여가 많은 작목부터 정부가 1대1 재정투입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어 “조직화된 농업·통계농업으로 가지 않고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FTA 이후 중국의 프리미엄 시장, 중국과의 계약재배, 중국의 대형 투자자본 등과 프리미엄 농산물을 비싸게 파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