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타결] 한·중 교류 열차…신 실크로드에 올라탄 ‘한국’
2014-11-10 12:08
정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시셔티브’ 연계 방안 착수
새로운 경제 동반자로 인식…높은 의존도는 경계 대상
새로운 경제 동반자로 인식…높은 의존도는 경계 대상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양국은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거듭났다. 중국이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열차에 우리가 올라타면서 한국경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한·중 FTA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전략인 2개의 실크로드 건설인 ‘이다이이루(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이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측면에서도 중국과 FTA 협정은 단순한 경제관계를 뛰어넘는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할 경우 우리 경제가 잠식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제, 중국 업고 유라시아 프로젝트 ‘잰걸음’
중국 신 실크로드 전략은 주변 강국과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아이디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실크로드 경제벨트가 아시아와 유럽 시장 연계를 강화해 함께 발전하고 번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신 실크로드 전략에 한국경제가 탑승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FTA 타결은 자유무역협정에서 진일보해 과거 동·서양 교류 통로였던 실크로드 구역 국가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 역시 신 실크로드와 부합하는 대외정책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한 축으로 꼽히는 ‘유라시아 이시셔티브’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세계 최대 단일 대륙이자 거대 시장인 유라시아 역내 국가간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만들고 유라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같은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공식 주창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 등 세 가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을 실현하고 전력·가스·송유관 등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 간에 연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한·중 FTA는 이같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뿐만 아니라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려면 중국과 경제적 교류가 우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중국과 동반자 시대 활짝…경제 의존도는 경계 대상
한·중 FTA 타결은 중국과 경제적 동반자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FTA는 국제사회에서 생종하기 위한 동맹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무작정 우호적 관계로 지낼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신 실크로드와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정책적 중복이 걸림돌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정책은 비슷한 측면이 많다”며 “국제사회에서는 두 정책 중 하나만 수용할 수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38개 중앙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유럽-아시아 육상교통망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중 FTA 타결이 의존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 전반에서 중국에 예속되는 현상이 가파르다. 무역수지는 흑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 등 금융권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총 수출액 6171억 달러 가운데 1349억 달러(21.9%)가 중국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같은 해 한국의 총 수입액 5366억 달러 중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876억 달러(16.3%)다.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1위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 수지 흑자 규모로 따지면 1998년 7.7%에 불과하던 중국의 비중은 지난해 58.8%로 커졌다.
한국으로선 중국 없이는 수출도 수입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제 구조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내수 시장도 중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 명동 상인들은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중국인이 제주도에 소유한 토지는 지난해 말 315만㎡로 2년 전 2.2배로 넓어졌다. 미국인 소유 제주도 토지(374만㎡)와 버금가는 규모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중국계 자본에 무작정 문을 열어줄게 아니라 자본의 성격을 따져보고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