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항공기’ 시대 온다…항공업계 차세대 먹거리 '드론' 띄우기 본격화

2014-11-09 07:31
무인항공기 군사분야 이어 민간분야 활용영역 확대
국내 무인항공기 시장 KAL·KAI 양분 구도 형성 중

 

대한항공(KAL)·한국항공우주산업(KAI) 무인항공기 개발현황 및 무인항공기 시장 규모[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사람 대신 무인항공기(드론)가 대륙을 망라해 소포를 배달하고,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오지에 의료품을 전달한다. 통신망을 획기적으로 넓혀 세계 곳곳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도 있으며 원양어군 탐지도 가능해진다.

과학적 공상에 불과했던 먼 미래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독일 운송회사 DHL은 정부 허가를 받고 지난 9월 27일 드론을 이용한 소포배달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드론이 물건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고,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은 50m급 태양광 무인기를 인수해 인터넷 중계기 역할로 사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회사인 매터넷은 드론 배달사업으로 아프리카에 의료품 전달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기에 단순한 정찰용이나 표적용 등 군사적 목적으로만 활용하던 무인항공기가 점차 민간분야로 활용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드론 산업은 이제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이 크다. 미국 방위컨설팅사 틸그룹은 무인항공기 시장 규모를 올해 64억달러에서 2022년 114억달러로 매년 약 8% 성장률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무인항공기 시장은 대한항공(KAL)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양분 구도를 형성 중이다. 그 중에서 ‘항공 운송업체’에서 ‘항공기 제조업체’로 보폭을 늘리고 있는 KAL이 신성장 동력 개척을 위해 무인항공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KAL은 유인항공기에 대한 국내산업은 KAI가 선점한 상태로 판단한 가운데 자사 내 항공우주산업본부에서 무인항공기 개발에 보다 힘을 싣고 있다. KAL의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25%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 매출은 총 7642억원을 기록했다. 무인기 관련 매출은 10% 수준이지만 미래 주력사업으로 간주해 항공우주사업본부 전체 직원 2700명 중 15%를 배치하고 있다.
 

대한항공 무인항공기 개발 현황[사진=대한항공]


KAL은 2004년 공군의 근접감시용 무인항공기 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2007년 8월 근접감시용 무인항공기 KUS-7을, 2009년 12월 전술무인항공기 KUS-9을 최초 개발했다. KAL은 2011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무인 틸트로터(수직 이·착륙 헬기)이자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TR-100의 원천기술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로부터 이전받았다.

현재는 민간에서 쓰일 상용 무인 틸트로터(TR-6X)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민간용 무인 틸트로터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아직 없는 가운데, KAL이 틸트로터 실용화에 성공하면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독보적 역량과 뛰어난 기술로 미래 무인항공기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틸트로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만큼 활주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용 무인항공기로는 군단급 무인기가 중심이고 향후 사단급, 중도고, 차기군단급, 대대급 개발이 전망된다. KAI는 무인정찰기인 송골매를 1999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2002년 실전 배치했다. 이후 군단 무인기에 영상감지기 성능을 개량(2011~2013)하고 현재 육군과 차기군단급 무인항공기 체계개발(2012~2017)을 진행 중이다. 자폭형 무인기 데블킬러(devil killer)의 개발에도 나섰다.

KAL은 사단급(2011~2014)과 중고도급(2008~2017) 무인항공기 개발에 한창이다. KAL은 미래 주력제품으로 꼽는 사단 무인기의 경우 낮에는 선명하게 상공 2~3㎞ 위에서 사람 얼굴을 정확히 찍어내고 야간에는 적외선 기능으로 물체 이동 확인이 가능하다. 미국 휴즈사가 개발한 경공격형 헬리콥터인 500MD의 무인화도 보잉사와 함께 추진 중이다. 국내 최초로 유인헬기 무인화 기술을 확보하는 중이며 올해 말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다.

향후 무인항공기는 산업계 전반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 무인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무인 틸트로터 개발 시험사업에 착수했다. 개발이 완료될 경우 원양 어군탐지를 비롯해 불법어로감시, 군 정찰용 등으로 세계 무인기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순수 국내 무인항공기 제작업체인 성우엔지니어링은 무인 헬리콥터 REMO-H를 직접 개발해 국내 전역의 방제작업을 수행 중이다. 국내 민간 무인항공기 시장에서 농업용 무인항공기의 규모는 오는 2020년 약 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인항공기 관련 시장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은 “무인항공기는 국가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민간분야에서도 그 활용 범위가 넓으나 국방분야와 민간분야에서 추구하는 기술의 발전 방향과 제도적인 지원 및 제약이 다른 만큼 국방용 기술과 민수용 기술의 이원화 개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