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연출가가 바라본 '춘향'은 어떻게 재탄생할까?

2014-11-06 08:17
국립창극단 창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20일부터 공연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서양 연출가는 춘향을 어떻게 바라볼까?. 세계적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71)과 국립창극단의 만났다.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오는 20일부터 창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을 달오름극장에 올린다.  독일의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2011)에 이은 두 번째 ‘세계 거장시리즈’다.

 춘향의 연출을 맡은 안드레이 서반은 루마니아 출신 재미 연출가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대담하고 혁신적인 연출을 선보여온 그의 눈으로 바라본, 이전에는 없던 색다른 춘향전이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안드레이 서반은 기존의 몽룡과 춘향의 사랑이야기에서 사랑을 지키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춘향’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춘향은 이상(理想)이 사라져버린 오늘날,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인 사랑을 지키는 영웅"으로 봤다.
 
 몽룡은 고위관직자의 아들로, 클럽에도 즐겨가는 요즘 대학생 캐릭터로 설정됐다. 춘향과 몽룡을 이어주는 역할의 향단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가난한 처지의 춘향에게 비서가 있다는 설정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춘향역에는 국립창극단의 젊은 주역 민은경, 정은혜, 이소연이 트리플로 맡았다. 춘향전의 감초 역할로 국립창극단 대선배 유수정이 여자방자를 연기한다. 이러한 인물 설정과 함께 대사, 연기, 의상 또한 현대적이다. 이처럼 주제나 캐릭터의 설정은 아예 새롭지만 판소리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여 춘향가의 눈대목인 ‘사랑가’, ‘쑥대머리’ 등 많은 노래가 그대로 불린다.

안드레이 서반은 스승 피터 브룩의 권유로, 춘향 연출을 결심할 당시 단 하나의 조건으로 해오름극장(1563석)이 아닌 달오름극장(512석)을 내걸었다고 한다. 대극장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되는 크기의 중극장을 선택한 이유는 관객과 무대 사이의 긴밀한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서반이 콕 집어 선택한 안무가 안은미와의 작업도 주목할 만하다. 틀을 깨는 일, 재미를 찾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이 만난 시너지가 어떻게 발휘될지가 이번 공연의 주요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공연은 12월 6일까지.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5천원, A석 2만원. (02)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