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공포' 장기화 우려에 수출기업 경고등

2014-11-04 16:43

외환은행딜링룸, 환율전광판 [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엔화 약세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출 단가를 인하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달러화와 달리 엔화는 원화와 직접 거래되지 않아 대응방법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4시35분 기준 947.29원으로 전일 대비 3.89원 내렸다. 원·엔 환율이 9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8월 21일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엔화가치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들이 엔저 장기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출 단가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저로 마진이 높아진 일본 기업들이 수출단가 인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국내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저에 따른 마진 압박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의 경우 전자,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 수출 상위 100대 품목 가운데 55개 품목이 겹친다.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수출의 54%나 차지한다. 앞서 지난 1989년 발생한 엔저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을 전년 28.4%에서 2.8%로 25.6%포인트나 떨어뜨린 바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연말까지 100엔당 90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내년에는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안정 목표의 조기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문제는 엔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원화와 엔화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이에 원·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을 절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권규백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한국 입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원·엔 환율을 하락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을 절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