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활 사활 건 삼성전자, ‘제2의 최지성’은 누구?

2014-11-04 15:45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스마트폰 사업 부활에 사활을 건 삼성전자가 ‘제2의 최지성’을 찾는 작업이 분주하다.

부진의 늪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경영자가 필요하다.

8년전 삼성전자가 휴대전화(피처폰) 사업에서 현재와 비슷한 위기 상황에 도래했을 때 이를 해결한 인물이 바로 최지성 부회장(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었다. ‘애니콜’로 휴대전화 사업의 기반을 마련한 삼성전자는 ‘갤럭시’로 세계 1위 등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애니콜을 깨고 갤럭시로 넘어서는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주인공이다.

연말 그룹 사장단 인사를 앞둔 삼성으로서는 스마트폰 사업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제2의 최지성’은 누가 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후계구도와도 연결됐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기술에서 마케팅으로 대전환 ‘애니콜 신화’ 깨다
지난 2006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11.6%로 핀란드의 노키아(34.2%)와 미국 모토로라(21.4%)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었다. 피처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성장세는 갈수록 둔화되는 앞선 두 회사는 물론 중국의 저가폰 업체들까지 뛰어들면서 그해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총괄의 영업이익은 1조7400억원으로 2005년(2조3000억원)보다 24% 이상 감소했다.

더 이상 밀리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 속에 삼성그룹은 휴대전화 사업의 향후 방향 설정을 놓고 고민했고, 2007년 1월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답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책임자에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사장을 선임한 것이다. 이 인사가 던진 파장은 컸다. 당시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은 ‘애니콜 신화’를 일구며 회사를 세계 3위 휴대전화 업체로 성장시킨 이기태 사장이 7년 동안 이끌고 있었다. 기술통인 이 사장의 지휘 아래 휴대전화 사업의 초점은 기술에 맞춰졌고, 엔지니어들이 사업의 핵심 권한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이런 조직에 인문계(서울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마케팅 전문가인 온 최 사장이 부임했다. 디지털미디어 사장 시절 TV를 세계 시장 1위로 등극시킨 최 사장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 전략을 기술 위주에서 마케팅 우선으로 대전환했다.

이전까지 중상류 고객을 겨냥한 고품질 휴대전화로 선진국 시장에 주력하던 삼성전자는 최 사장 부임 직후 ‘엔트리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저가폰을 내세우며 개도국 시장을 뚫고 나갔다. 이 전략은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었다. 2007년 2분기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전화 시장 2위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2008년 미국시장 1위에 이어 2012년에는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갤럭시 신화’를 깰 비법은 무엇?
2014년 애플과 샤오미의 공세에 세가 급속도로 약화된 삼성전자는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달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갤럭시A’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 사장의 성공을 이끈 저가폰 라인업 확대를 답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8년 전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엔트리 프리미엄’이라는 삼성전자의 컨셉은 이제는 평범한 것이 됐다. 더군다나 삼성전자는 8년 전에는 선두를 따라잡는 위치였으나 이제는 정상에서 방어를 해야 한다. 공격을 위해 사용한 전략을 방어에도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IM부문)을 이끌고 있는 신종균 사장은 2009년 1월 무선사업부장으로 발탁된 뒤 6년 가까이 휴대전화 사업을 맡아 ‘갤럭시 신화’를 일궜다. 이제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화’를 넘어서야 할 기로에 서 있고, 그 역할은 ‘제2의 최지성’이 맡아야 한다.

기존 브랜드 파워와 제조력에 가격 경쟁력만 입힌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이폰과 샤오미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인물이어야만 한다.

이에 다음달 초 실시될 예정인 삼성그룹 사장단·임원 정기인사에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 계열사 구조조정과 맞물려 대규모 자리이동이 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IM사업부도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새롭게 IM사업부를 맡게될 인사는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와도 관련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이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부임 후 첫 해외출장이었던 2007년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는 당시 상무였던 이 부회장이 동석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최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과 가장 가까운 사이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 앞에 떨어진 과제는 휴대전화 사업을 살리는 것인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책임을 맡을 인물은 최 부회장처럼 이 부회장의 측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