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중국사업 전략 ‘몸도 마음도 철저한 현지화’

2014-11-03 18:10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아주경제 채명석·양성모·윤태구·정치연·이재영·박현준 기자 =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국내 5대그룹들의 내년도 중국사업 경영전략 전환의 방점은 ‘철저한 현지화’로 요약된다. 철저한 현지화는 중국인들의 정서와 행동 등 모든 것을 중국인들과 동질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방을 시작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은 빠르게 전개돼 왔다. 하지만 현재의 속도는 기업이 따라잡지 못할 수준이 됐다. 더군다나 시진핑 정부의 강한 개혁 드라이브로 과거와 같이 정부 고위 공무원들과의 관계, 즉 ‘꽌시(关系)’만 잘 만들면 성공이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철저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개별 제품에 대한 시장 점유율에 울고 웃는 상황이 아닌, 이들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올해 안으로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중국 시장 공략의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기 때문에 2015년은 더욱 중요한 해다. FTA 발효 초기에 시장 안착을 하지 못한다면 향후 생존을 책임질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를 수 있다.

이에 삼성과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5대 그룹들은 중국 본사의 역할 비중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시장에 걸맞는 위상을 키워주겠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본사인 포스코 차이나를 통해 현지 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했다”며, “한국 본사에서 관리하기에 중국내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마 중국 본사를 둔 다른 그룹들도 최근 우리와 비슷한 방향으로 조직을 변화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해당 그룹들은 현지화의 고도화를 추진한다. 삼성과 LG는 생산부터 제품 공급까지 철저한 현지화로 13억명의 소비자를 잡겠다는 것이다. 대표 상품인 스마트폰과 TV 등은 기존 고수해 온 프리미엄 전략만으로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와 화훼이 등은 뛰어난 성능은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과 젊은층이 열광하는 디자인,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참신한 마케팅이 중국 내수기업이라는 정서적 공감대와 결합돼 판매량 급증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며, “샤오미의 사례가 단순히 스마트폰과 TV 등에만 국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삼성과 LG의 고민거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현지화 제품, 솔루션을 내놓을지 관심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삼성은 중국에서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놨다. 지난 5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인근에 낸드 플래시 후공정 라인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안 공장이 100% 가동하는 내년부터 중국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LG는 중국 특화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 특화제품인 ‘’꽌인I 울트라HD TV’와 중국인 고객의 입맛에 맞춘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 라인업 확대를 꾸준히 추진중이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 건설이 내년까지 주어진 당면 과제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내 추가 공장 설립 문제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 업체들의 추격 등으로 중국 시장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내 4공장 설립 지연은 무엇보다 큰 부담이다. 지난해부터 설립을 추진해 왔던 4공장은 당초 충칭 지역에 건설 예정이었으나 허베이성에 추가 공장 설립을 원하는 중국 중앙정부의 의견과 부딪혀 기약없이 표류 중이다.

포스코는 중국 충칭강철과 공동으로 충칭에 파이넥스(FINEX) 일관제철소 건립을 위한 중국 정부의 사업비준 승인을 앞두고 있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개발한 독자 기술로, 이번 수출이 성사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개편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는 7년간 논의 끝에 완성된 ‘우한 프로젝트’가 지난 1월 가동을 시작하며, 현지 에너지 시장 개척을 본격화했으며,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용 베터리 사업도 중국에서 먼저 진행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기 추진한 사업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신시장 개척을 위한 사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5년은 이러한 불안요소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기회를 잡아나가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