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인터스텔라', '인셉션'은 연습이었다
2014-11-04 11:12
169분, 길다고 포기하기엔 아까운 '명품 재미'
뿐만이 아니다. 상대성이론, 블랙홀과 중력의 관계, 웜홀을 통한 시간단축·공간이동의 우주여행 등 과학적 이론을 영화에 접목했지만 인간의 뇌 사용 능력이 100%까지 확장됐을 때 벌어질 일을 그린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루시>만큼 어렵지 않다. <루시>에 비하면 <인터스텔라>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난 뒤에 만나는 중급 난이도 정도랄까.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여 주지만 우주망원경 고치려다 인공위성에 홀로 남게 된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의 우주유영기 <그래비티>처럼 다소 지루하지도 않다. 밋밋한 스토리에도 우주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 <그래비티>는 <인터스텔라>에 오르는 첫 번째 계단이었다.
<루시>보다 쉬운 배경지식 설명, <그래비티>보다 쫀득한 전개, <인셉션>보다 영민한 시공 설계로도 모자라 <인터스텔라>는 세 작품보다 가장 선명하게 주제의식을 우리 가슴에 심는다. 모든 문명과 기술이 사라지고 먹고 사는 문제, 생존만이 유일한 인류의 목표가 된 가까운 미래. 역설적이게도 내일의 희망은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들어 지구인들이 스스로 폐기한 항공우주학에서 싹을 틔운다. 세상을 뒤덮는 모래바람에 숨쉬기조차 힘들고 한 줌의 식량을 재배하기 힘든 지구를 뒤로하고 새로운 별을 찾아나서는 우주비행선 조종사 쿠퍼(매튜 맥커너히)와 우주과학자 아멜리아(앤 해서웨이) 일행. 인류가 정착할 행성인가를 판단하는 그들을 결국 '신천지'로 이끄는 것은 블랙홀 방정식도 아니고 최고의 두뇌도 아니다.
<인터스텔라>가 관객에 의해 선택될 가능성을 높이는 여러 가지 이유를 열거했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남우주연 매튜 맥커너히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속 쿠퍼의 아들과 딸이 된 듯, 그의 다감한 눈과 나긋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를 믿고 따라가면 <인터스텔라>의 169분은 유연하고 흥미진진하다.
관객을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라는 영화 곳곳에 위치한 수많은 이야기 '항성 사이로' 초대하고 충돌없이 유영하게 하는 것은 바로 맥커너히이다. 매튜 맥커너히는 세계 관객의 눈과 마음을 싣고 우주로 떠나는 <인터스텔라> 호의 조종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