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의 발판 국내 조선소… 독특한 이력 다 모였네

2014-11-02 14:51

삼성중공업 야드 전경(본기사와 무관함)[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지난 1998년 영상처리기술 전문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A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회사를 결국 접어야 했다. 그가 찾은 곳은 국내의 한 대형조선소, A씨는 전산실로 입사한 뒤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근무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국내 조선소가 실패를 맛본 사람들의 재기의 장이 되고 있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조선소에 근무하는 인력은 한 회사당 평균 4만여명에 이른다. 조선소에 직접 고용된 직원들인 직영과 협력업체 직원을 합친 수치다. 직영과 협력업체 비율은 각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직영이 30%, 나머지 70%는 협력업체가 채우고 있다.

최근 상선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일감이 늘자 협력업체를 통해 조선소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A씨와 같이 사업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왕년의 인물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울산과 거제 등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애견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던 B씨 역시 조선소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B씨는 동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해 큰 손해를 입은 뒤 실의에 빠져 있었으나 그에게 손길을 내민 한 대형조선소로 자리를 옮긴 뒤 안정적인 삶을 영위 중에 있다.

또 거제에 위치한 한 대형조선소 협력업체에 근무 중인 C씨는 조선소로 이직하기 전 영화관에서 간판을 그리던 화가였다. 2000년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과 함께 일거리가 줄자 조선소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C씨는 기술을 살려 시골마을이나 학교 등에 그림을 그려주는 사내 벽화봉사단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조선소에 근무하는 여성들도 상당수다. 이들 대부분은 부업 개념으로 조선소 문을 두드린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강도 높은 업무량과 함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조선소를 등지는 사람들도 허다한 상황이다. 또 상대의 간절함을 역이용한 취업 사기 등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한 조선 관련 커뮤니티에는 조선소 취업과 관련해 “직종을 우선 선택하고 그 뒤 어느 조선소로 갈지 정해야 한다”며 “시급이나 직시급, 일당 등 수당체계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의사면허를 가진 용접공과 건설업을 하던 중소기업 사장님이 배관일을 하는 등 다채로운 전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조선소에서 땀흘려 일하면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