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지지율에 요동치는 대권지형…여야 대선주자 복잡한 셈법
2014-10-27 17:15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반기문 대망론이냐, 제3세력 필패론이냐.”
차기 대권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그간 대권 도전설을 줄기차게 부인한 반기문 유엔총장 이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자 27일 여야 차기 대선 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낮은 정당 지지율로 차기 대선 지형도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자 ‘반기문 현상’이 실체 있는 제3세력으로 치환될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실제 1992년 대선 당시 3당 합당에 반대한 박찬종 신민당 후보를 시작으로, 1997년 이인제(국민신당), 2002년 정몽준(국민통합), 2007년 문국현(창조한국당), 2012년 안철수(무소속) 후보 등 기성 정치권을 비토하는 제3세력이 기성 정치권을 강타했다.
◆반기문 지지도 40%대 육박, 김무성·문재인 ‘한 자릿수’
그 외 후보들의 지지율은 미약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5%로 10%를 간신히 넘겼을 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9.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4.9%)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반 총장이 대세론의 3대 요소인 ‘브랜드+지역별 기반+연령별 기반’ 등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반 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린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고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충북 음성)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20대는 물론 60대에서도 반 총장은 1위를 기록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 등이 특정 세대에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과는 지지층의 결을 달리하는 대목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 “반 총장은 한국 사회보다 복잡한 중동 사태 해결 등을 통해 새정치의 이미지를 보여줬다”면서 “직전 제3세력에 있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정치적 검증에 실패하면서 실체가 없었던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정치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반 총장의 말을 전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반기문 효과에 與 ‘김무성·김문수’, 野 ‘문재인’ 두뇌 싸움 본격화
반기문 효과에 차기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의 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상하이발(發) 개헌 파동을 일으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하반기 정국의 최대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대표 발의에 나서며 청와대에 화해의 시그널을 보냈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의 10월 넷째 주 정례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김 대표의 대선 지지도가 12.8%로 3주 연속 하락, 향후 집권여당 대표의 로우키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권의 또 다른 대선 후보인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7.9%-이하 리얼미터)은 조만간 여야 정치개혁 입법화에 나서면서 ‘혁신’ 아젠다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차기 주자들도 저마다 틈새 파고들기에 나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박 시장(20.6%)은 당 밖에서 연일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이는 낮은 정당 지지율에 허덕이는 당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의원(11.4%)은 이날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한 정부에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며 박 대통령과 ‘일 대 일’ 구도 만들기에 나섰다. 전국시대를 맞은 차기 대권 시계가 반기문 효과에 한층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