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 20년, 시설물 안전 포럼 김상효 교수 "시공보다 설계가 더 중요하다"
2014-10-21 17:56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서울시가 성수대교 참사 20주년을 맞아 ‘도로시설 안전 관리 발전’ 토론회를 열었다.
21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후생동 강당에 교수와 시설 전문가가 모여 도로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발전방향을 점검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포럼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희생자를 위해 추모 묵념을 가지는 것으로 시작했다.
발제를 맡은 김상효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서울의 도시화가 오래돼 시설물이 다양해지고 건물의 노후화가 진행중이라 관리와 보수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성수대교 사고 이후 95년 시특법(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이 생기고 전문적인 부분이 많이 개선돼 시스템 자체는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지만 운용하는 방법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사고가 나면 시공사만 지적하지만 불량 시공을 유발한건 설계다"라며 "설계자가 시공자보다 기술적으로 한단계 위라서 설계자가 잘못해놓으면 시공자가 그 잘못을 바로잡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에 관해 "설계가 가장 중요하지만 페이가 너무 적고 요율이 낮아 일을 제대로 못한다"며 "시설물 자체는 엄청 늘고 노후화는 진행 중인데 도로분야 유지관리 예산은 계속 감소 추세다"라며 안타까운 현실을 비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예산이 없다기 보단 주인의식이 없다. 관리자는 사고 예방을 안하고 선거에 당선되면 4년만 하고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최근 발생한 환풍구 참사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김 교수는 "환기구의 높이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거긴 사람 올라가라고 만들어 둔게 아니다. 예산이 많으면 좋지만 국민의 세금이므로 경제성을 생각해서 관리자에게 책임만 떠넘길 게 아니라 사용자들의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 시설물 보수 유지의 전문가 5명이 토론을 벌였다.
첫 발언을 시작한 강상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한국 사회가 유지관리에 소극적인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영순 대한 시설물 유지관리 협회 대표는 "유지관리 자체는 시특법에 통제를 받아야 되는데 건설업에 초점이 맞춰져서 서로 힘의 논리 때문에 업역의 문제가 있다"며 "발주에 표준품셈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박주경 한국시설물 안전진단 협회 부회장은 "잘 관리되는 곳은 사고가 안나고 관리가 안되는 곳이 사고가 난다"며 "전반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시설물이 96.2%다"라며 안전관리의 의식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용심 서울시 도로시설과장은 성수대교 사고 이후 예산이 많이 늘었으며 내년도 지금보다 500억이 추가된 예산을 편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원활한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시민들의 협조도 당부했다.
개별 발표를 마친 후 패널과 객석에서는 이후 비슷한 의견이 오갔다.
김 교수는 토론회를 마치면서 "성수대교 참사일을 안좋은 날로 인식시킬게 아니라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며 "한걸음 한걸음 좋은 방향으로 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