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는 있고 래미안은 없다? 대형 건설사 재개발·재건축 수주 양극화

2014-10-21 15:54

[자료=각 업체]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국내 재개발·재건축 수주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 도시정비 사업을 대폭 줄였다가 규제 완화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아직까지 주택경기 회복세가 완연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곳도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 사이에서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따내는 업체와 추이를 지켜보는 업체간 수주액 양극화도 나타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올해 7개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 1조9107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재울 6구역 재개발(2100억원) 1건 수주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주요 사업장으로는 7874억원 규모 광명철산주공 8·9단지를 비롯해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2753억원). 의왕 내손 다구역(2488억원), 서울 신반포 6차(1999억원). 대구 남산 4-4지구(1128억원) 등이 있다.

지난해 서울 동작구 상도대림 재건축(1700억원) 1건 수주에 그쳤던 대림산업은 올해 재개발 사업으로만 1조9009억원을 수주했다. 7688억원 규모 성남 금광1구역 재개발과 부산 망미2구역(3664억원), 창원 진해 경화동(2648억원), 대구 대명2동(1837어원) 등의 사업을 맡게 됐다.

포스코건설도 재개발·재건축과 수직증축 리모델링까지 총 1조1817억원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 수주액인 1조1720억원을 이미 넘었다.

재개발·재건축은 부산 연산2구역 재개발과 대구 성당보성 재건축, 방배5구역 재건축 등 5개 사업을 따냈다. 여기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매화1단지와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2702억원)도 수행한다.

롯데건설은 서울 동작구 사당2구역(2177억원), 광명 철산주공 7단지(1400억원), 부산 연산6구역(2124억원) 등 8개의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통해 전년(1조1400억원)을 웃도는 1조2078억원을 확보했다.

이 같은 도시정비 사업 수주 확대는 주택경기 회복으로 사업성이 나아진 것으로 여기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정부는 9·1 부동산 대책에 재건축 연한을 최대 10년 단축하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재정비 사업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 바 있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기부채납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사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해외 건설시장이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리스크가 커지면서 사업 전략을 대거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조합과의 의견 조율이 가장 중요한데 최근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형 건설사들간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가장 규모가 컸던 광명철산주공 8·9단지의 경우 당초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단독 수주로 방향을 틀고 수십명의 본사 인력을 현지로 동원해 열띤 수주전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주액이 1조원을 넘는 곳들과는 반대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실적이 저조한 건설사도 있어 대조를 이뤘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올해 재개발·재건축 수주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건설은 서초 삼호가든, 부산 대연4구역, 안산 군자주공6단지 3건 5267억원 수주에 그쳤다.

이는 아직 도시정비의 사업성이 고르게 확보되지 않은데다 신규 수주를 대폭 늘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업체 중 가장 많은 75억2984만 달러를 기록하는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성물산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신중하게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주잔고도 많아 사업관리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서초구 우성 아파트 등 사업성이 확실한 곳은 언제든지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