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개헌 정국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왜?
2014-10-20 11:13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차기 당권 주자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논의’ 발언으로 촉발된 개헌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문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철회한 것과 관련, ‘월권’, ‘삼권분립 무시’, ‘독재’, ‘긴급조치’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다.
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당 대표가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취소하고 사과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정부에서 여러 차례 고위관료들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할 일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을 취소한 김 대표의 최근 행보에는 청와대 눈치 보기에 나선 ‘수직적’ 당청 관계가 근저에 깔렸다고 판단, 구도를 청와대(새누리당) 대 국민(범야권)으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과도기 상태인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을 노리는 문 의원으로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리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필 경우 박 대통령과 ‘일 대 일’ 구도를 만드는 것은 물론 여야 혁신 경쟁에서 ‘권력 분점’을 고리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실제 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수직적 당청 관계를 고리로 “1970년대 긴급조치 시대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 대표이고 각자가 입법기관인 의원이 국가의 바람직한 논의를 위해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도 못하게 막을 수 없다”고 일갈한 뒤 “경제로 (개헌) 논의를 못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민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재차 맹공을 날렸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태 당시 박 대통령의 유신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고 대여공세 전선에 섰던 문 의원이 차기 당권 도전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특히 상하이발 개헌 정국에서 김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자신의 지지율은 상승, 차기 당권 선점의 제1 조건인 ‘범야권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차기 전당대회에선 외연 확장 전략보다는 ‘반(反)박근혜’ 결집 전략이 더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0월 셋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김 대표는 지난주 대비 1.0% 포인트 하락한 반면 문 의원은 같은 기간 0.6% 포인트 상승하면서 지지율 희비 곡선이 교차됐다.
이번 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역시 지난주와 마찬기지로 박원순 서울시장(18.1%, 지난주 대비 1.2% 포인트 하락), 김 대표(15.7%), 문 의원(13.2%)이 1∼3위를 기록했으나 2∼3위 간 지지율 격차는 2.5% 포인트로 다소 좁혀졌다.
리얼미터 측은 문 의원 지지율과 관련, △경기·인천과 광주·전라 지역 △40대 진보성향 유권자 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밝혀 범야권 지지층 결집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의 일 대 일 구도를 만든 문 의원의 프레임 전략이 장기적으로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의 개헌 가이드라인으로 개헌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슈 전략의 효용도가 낮은 데다 차기 전대에 앞서 2012년 총선 직전 출범한 민주통합당 이상의 혁신안 플랜을 보여줘야 하는 문 의원 역시 개헌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 지지도 중·하위권에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7.7%),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7.5%),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7.1%), 안희정 충남도지사(4.9%), 홍준표 경남도지사(4.9%), 남경필 경기도지사(2.6%) 등이 포함됐다.
‘모름/무응답’ 등 부동층은 17.5%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17일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