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년만에 문 연 '세빛섬' 직접 가보니

2014-10-15 17:18
강남권 주부로 '북적'…일반시민 이용 공간은 '글쎄'

세빛섬 전경. 세빛섬은 15일 전면 개장했다. 사업 시작 후 8년만이다. [사진= 김지나 기자]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15일 오후 1시. 이날 전면 개장한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세빛섬'. 인공섬 안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라'는 40~50대 주부들로 만석을 이뤘다.

한강이 보이는 창가 쪽 자리는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황이었다.

배제원 올라 지배인은 "평일에는 평균 200~250여명의 손님이 이곳을 찾고, 주말에는 300여명이 온다"며 "세빛섬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올라는 현재 효성에서 직영 운영하고 있고, 지난 6월 30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 시작 후 레스토랑들은 젊은 여인과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세빛섬은 '세 개의 빛나는 섬'이란 뜻으로 카페와 연회장 등이 있는 '가빛섬'과 뷔페 등이 있는 '채빛섬', 전시회장이 있는 '솔빛섬'으로 구성돼 있다.

세빛섬은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돼 완공 후에도 장기간 방치돼 왔다.

이후 지난해 9월 마침내 민간 사업자인 효성과 서울시가 운영 정상화에 합의했다.

1390억원이란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된 세빛섬은 민간자본으로 참여한 효성이 20년간 무상으로 사용한 후 기부체납 된다.

세빛섬은 서울시에서 추진한 사업이고, 공공재인 한강의 수변을 이용한다는 점 등에서 공공적인 목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실제로 전면 개장한 세빛섬은 공공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레스토랑은 높은 가격 탓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15일 오후 1시쯤 세빛섬 안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라'에는 점심 시간대여서 인지 대다수 손님들이 40~50대 여성들이다. [사진= 김지나 기자]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 A 씨는 "레스토랑이나 연회장 등은 죄다 돈 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서울 시민의 혈세로 일반 서민이 이용할 수도 없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채빛섬에 있는 뷔페 가격은 평일 점심 가격이 2만9000원이고, 주중과 주말 저녁 가격은 5만5000원이다.

저녁 가격 기준으로 일반 뷔페가 2~3만원인 점을 비춰보면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 정도 비싸다.

세빛섬 전면 개장 시점과 맞물려 운영되는 '착한소비 장터' 역시 2주 동안만 단발성으로 진행된다.

착한소비장터는 굿윌스토어, 아름다운가게 등 사회적기업 14곳이 세빛섬의 채빛섬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행사다.

세빛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점심 때 주로 찾아오는 고객은 주로 강남권에 거주하며 돈 있는 40~50대 주부들"이라며 "연회장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일반인은 거의 사용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효성 관계자는 "민간 자본을 투입해 민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인 만큼 공공성만을 너무 따질 순 없다"며 "가격적 측면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적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