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유업계, 자구책 마련 분주
2014-10-15 15:08
아주경제 전운 기자 = 남아 도는 우유로 인해 유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유 소비 감소, 중국 수출 중단, 분유 재고 사상 최고치 기록 등 최악의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유업체들은 신사업 도전과 제품 세분화 등 자구책을 마련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분유 재고량은 1만4896t으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최악의 재고 사태를 겪고 있다.
분유 재고는 유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 상반기 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일유업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영업이익이 4.9%나 감소했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지난 8월까지 전체 유제품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4.3%가 감소했다. 품목별로 우유는 1.8%, 요구르트는 2.8%, 우유가 들어간 냉장음료는 4.9%가 줄었다.
유업체들은 또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의 멸균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내우외환'까지 겪고 있다. 중국 정부가 조만간 멸균수 수입을 허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출 재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유업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신사업과 제품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유 소비 감소 현상’을 넋놓고 쳐다만 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1위 업체인 서울우유는 우선 '발효유'라는 신사업 카드를 꺼냈다. 실제로 서울우유는 제2 성장 동력으로 발효유를 선택하고, 올해를 발효유 사업 원년으로 선언했다.
지난 2009년 프랑스 발효유 업체 '다논'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다가 자체 브랜드 발굴에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 발효유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발효유 사업을 전개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프리미엄 발효유 시장을 공략해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요구르트' 시리즈를 출시, 5개월만에 일판매량 25만개를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 4개 발효유 브랜드를 출시했고, 1개 브랜드의 라인업을 추가했다.
최근에는 액상(마시는)이 아닌 호상(떠먹는) 요쿠르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발효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매일유업은 CI를 변경해 전체적으로 사업 분위기를 바꾼 후, 저지방 우유 라인을 세분화해 불황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일유업은 '매일우유 저지방&고칼슘2%'를 4종으로 출시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히 최근들어 저지방 우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관련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유사업 실적이 악화되자 남양유업은 커피와 생수 등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전남 나주에 대규모 커피 공장을 짓고 대대적인 커피 사업을 예고한 남양유업은 동서식품·롯데네슬레와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자, 이번에는 생수 사업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양유업은 내년 주요 사업분야 중 하나로 생수 사업을 강화키로 하고 해당 사업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남양유업은 연 100억원 가량의 생수사업 매출을 2년 안에 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생수 사업과 탄산수 시장에도 조만간 진출키로 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식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우유 소비량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어, 우유 사업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는 것만이 국내 유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