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정감사] "저수지물, 골프장 등에 팔면서 5년간 989억원 벌어들여"

2014-10-10 08:31
골프장에 평균 판매가 보다 싸게 팔기도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한국농어촌공사가 최근 가뭄으로 부족한 농업용수를 골프장 등 목적외사용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박민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농업용수 공급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농업용수를 목적외사용으로 판매해 벌어드린 금액이 7월말 현재 약 162억원, 수량으로는 1억5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어지는 가뭄으로 농업용수 부족이 반복·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용수의 목적외사용을 통한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농어촌공사가 목적외사용으로 판매한 농업용수 공급실적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73개 공급처에 2억8000만t을 판매해 239억2000만원의 수익을 나타냈다. 2012년에는 71개 공급처에 2억5000만t 판매로 217억4000만원, 2011년 66개 공급처에 2억3000만t 판매로 200억7000만원, 2010년 66개 공급처에 2억700만t 판매로 169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년 공급처와 판매수량, 수익 모두 증가한 것으로 판매수량 및 수익 면에서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올해 7월말까지의 농업용수 공급실적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가 56억9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농업용수 판매수익을 냈다. 이어 경기지역본부가 33억6000만원, 전북지역본부가 28억8000만원, 금강사업단이 11억3000만원 순이다. 농업용수는 53개 시설에서 66개의 공급처로 공급되는데 주요 공급처는 발전시설, 지자체, 공단 등이며 한국수자원공사에 공급하는 수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골프장 등 레저시설 운영업체에 공급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올해 농업용수를 공급받은 66곳의 공급처 중 골프장은 13곳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지역본부가 5곳에 16만5000t, 경북지역본부가 4곳에 90만3000t, 전남지역본부가 2곳에 11만4000t, 강원지역본부가 1곳에 23만2000t, 영산강사업단이 1곳에 4000t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용수 공급처 중 골프장은 2010년 14곳에서 2011년 16곳, 2012년 18곳, 2013년 19곳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공사가 공급처 4곳 가운데 1곳은 골프장에 농업용수를 판 것이다. 

또 골프장들이 공급받는 농업용수의 공급가격 역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경기지역본부가 공급하고 있는 공급처 15곳 중 한국수자원공사를 제외한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는 공급처 5곳은 모두 골프장이었다.  

지난해 농어촌공사가 목적외사용으로 계약한 농업용수의 t당 평균 공급가격은 84.53원으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수자원공사와의 계약 건을 제외하면 최저가로 공급받은 곳은 21.62원에 81만t을 공급받은 창녕군이었다. 이어 70.67원에 7만t을 공급받은 전남의 한 골프장이었다. 이 골프장은 2010년 이래 매년 t당 10원 이상, 평균가 대비 20%까지 낮은 가격으로 농업용수를 공급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민수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본연의 업무는 도외시한 체 수익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며 "현재 농어촌공사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체결 계약 318건 중 90%는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수 의원은 “농업용수는 농업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설사 저수율이 충분하더라도 심각한 가뭄이 예상될 때에는 농업용수의 판매를 자제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판매 과정 역시 공정한 절차에 따르고, 판매대금은 농업기반시설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