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페이팔 분사결정...칼 아이칸에 '굴복'

2014-10-01 11:06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모바일 결제서비스 사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페이팔을 분사하기로 했다. 전설적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이 올해 초부터 끊임없이 제기한 페이팔 분사요구를 결국 수용한 셈이다.

30일(현지시간) 존 도나호 이베이 최고경영자(CEO)는 “두 회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페이팔을 분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다”며 분사 배경을 밝혔다.

도나호 CEO는 "이베이와 페이팔이 10년 이상 한 회사에서 상당한 주주가치를 창출하며 상호보완적으로 이익을 이끌어냈다"면서 "그러나, 이사진과 철저한 검토를 거친 결과 내년 이후에도 둘을 함께 묶어놓는 것은 양사의 경쟁력과 전략에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페이팔은 내년 하반기에 이베이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되며, 분사 이후에는 별도 법인으로 상장될 예정이다.

페이팔이 완전히 독립되면 도나호 CEO와 밥 스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대신 댄 슐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기업성장부문 대표가 페이팔 CEO를, 데빈 웨닉 이베이 마켓플레이스 부문 사장이 이베이 CEO를 맡게 된다.

이번 분사 결정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베이가 결국 칼 아이칸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CNBC는 "(올 초부터 계속된 분사 전쟁에서) 합사가 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줄곧 주장해온 도나호 CEO가 수개월간의 내부논의 끝에 결국 아이칸의 요구대로 분사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아이칸은 애플 등 주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주주가치 창출을 명분으로 각 기업의 경영에 잦은 간섭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베이의 지분 2.5%를 보유한 6대 주주인 아이칸은 올해 초부터 부진한 경영실적을 공격하면서 회사성장과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페이팔을 이베이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이칸은 이베이보다 더 나쁜 기업 지배구조를 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 기업들이 얼마나 잘못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해왔다. 이후 위임장 대결에 까지 나선 아이칸은 지난 4월 우호적 지분결집에 실패한 이후 자신의 요구를 철회한 바 있다.

이에 아이칸은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페이팔 분리와 관련해 이베이 이사진과 경영진이 책임감 있게 행동한 데 대해 기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베이의 페이팔 분사는 아이칸의 요구뿐 아니라 나날이 치열해지는 모바일 결제시장의 경쟁구도가 압박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사의 '애플페이'가 오는 10월부터 미국 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얼마 전 성공적인 뉴욕 상장 데뷔전을 치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또한 심상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페이팔은 현재 전 세계 203개 시장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10억 건에 달하는 모바일 결제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투자자들 또한 페이발의 분리 소식을 반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뉴욕증시에서 이베이의 주가는 7.54% 상승한 56.63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 총액 또한 650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