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공정당국으로부터 처벌받은 기업들이 지난해 납부한 과징금 규모가 3329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기업 불공정행위가 소폭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건설사 짬짜미가 줄줄이 적발되면서 담합 과징금 징수 규모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3회계연도 과징금 세입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55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결정액 중 3329억원이 징수됐다.

연도별로 보면 공정위 처분 과징금이 징수된 규모는 2010년 5074억원, 2011년 3473억원, 2012년 9115억원, 지난해 3329억원으로 기업 불공정행위 수준에 따른 편차가 발생한다.

지난해 과징금 부과 결정액과 실제 징수금액 차이는 기업들이 납부기한(연장·분할) 및 기업 파산 등의 요인이 작용한다. 아울러 전년과 다른 기업들의 불공정행위 감소 건수와 과징금 발생 규모 및 경감사유 등도 한 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수기관처럼 공정위 과징금을 세입예산안에 반영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위 과징금은 정부 예산상 세외 수입으로 들어간다.

세입예산안에 반영된 목표를 채우기 위해 기업 조사를 강압적으로 늘리는 등 이른바 먼지 털기를 하거나 무리한 과징금 폭탄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공정위는 국세청·관세청처럼 세수 확보 기관이 아닌 성격을 띠고 있어 기업들을 무조건 처벌할 수 없다. 기업을 잠재적 위법 회사로 간주할 수는 없는 것.

하지만 시장경제의 암적 존재에 대해서는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올해 8월까지 공정위가 부당 공동행위인 담합(31건)으로 적발한 과징금 규모는 총 5669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지난 2월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에 담긴 과징금 감경 사유와 감경률도 강화하는 등 상습적인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한 차원 높인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을 잠재적 위반으로 간주해 세수기관처럼 과징금을 거둬들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시장경제가 잘 작동돼 불공정 기업이 줄어든다면 공정위의 정책 효과가 더욱 결실을 맺는 일이나 과징금 감경 사유를 대폭 강화한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를 개정한 만큼 잘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올해 담합 과징금 부과는 5000억원으로 적발 기업 관련매출액은 13조원”이라며 “담합 과징금이 기업 매출액의 4% 불과해 충분한 담합 억지력을 담보할 수 없다. 과징금의 소비자 기금화·집단소송제도 등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