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조작 사건' 검찰 "국정원, 협조자에 구체적 초안 주며 증거위조 지시"
2014-09-30 09:03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조선족 협조자에게 위조할 문서의 구체적인 초안까지 잡아주면서 증거조작을 지시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김우수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재판에서 검찰은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 회신공문 초안'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초안은 국정원 김모(48·구속기소) 과장이 조선족 제2협조자 김모(60) 씨에게 협조를 요청하며 보낸 것이다.
중국어로 적힌 초안의 맨 위쪽에는 '중국 휘장'이라고 쓰여 있으며 주요 내용은 이미 작성되어 있었다. 또 서류의 위쪽과 아래쪽에는 도장을 요구하는 듯한 표시가 돼 있었다.
검찰이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했던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 기록 발급사실 확인서와 밑에 적힌 날짜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
국정원이 구체적 초안까지 작성해서 증거조작을 주도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유력한 증거인 셈이다.
검찰은 지난 19일께 해당 문서를 협조자 김씨의 부인 쪽으로부터 전달받고, 즉시 김씨를 불러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당시 김씨는 김 과장으로부터 해당 서류들을 첨부한 이메일을 직접 받지 않았고 이메일을 사용할 줄 몰라 동료 박모 씨가 대신 받아줬다고 답했다. 또 표시된 위치에 도장을 찍어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해당 문서를 김 과장 측에서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또 증거조작이 들통날 위기에 처했을 당시 김 과장이 김씨에게 문서 입수 경위에 대한 자필 진술서를 쓰게 한 뒤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도 써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 과장이 자필로 작성하고 사인한 문서에는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