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역대 최악의 운영 미숙 대회’ 되나?

2014-09-29 15:19
성화 꺼지고, 화장실 새고, 대장균 검출되고…경기에선 ‘한국팀 유리하게 바람 조작’ 항의도…엄청난 투자에 비해 관중석 텅텅 비어 ‘빚 잔치’ 불보듯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의 운영이 미숙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세 번째로 유치한 아시안게임인데도 1986년 서울, 2002년 부산 대회의 운영에 턱없이 못미치는,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오명을 받을 판이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소속 45개 전 회원국이 참가하는 역대 첫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커보였다. 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다수 출전한데다 세계 신기록도 많이 나와 ‘대회’ 측면에서는 손색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체육 행사라 해도 기록이 전부는 아니다. 개막부터 폐막까지 대회가 물흐르듯 치러져야 진정한 ‘아시아인의 축제’가 되는 법이다.

‘특색없는 개막식’이란 평가로 시작된 이번 대회는 초반부터 어긋났다. 성화가 점화된지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성화가 꺼지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대회를 위해 마련된 각종 시설도 잘 작동되지 않았다. 경기장내 화장실에선 소변이 흘러나오고, 선수촌엔 냉방시설이 가동되지 않았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돼 수거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아시안게임 토픽’ 감이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애초 그들에게 제시한 지원과 혜택이 달라져 약 100명이 대회 도중 이탈했다고 한다. 메달을 따거나 화제가 되는 외국 선수들의 ‘입’을 담당해야 하는 통역도 제때 동반되지 않는 일이 있다고 한다.

경기장 시설이나 운영도 초등학교 운동회 수준이라는 비판이 있다. 25일 안산 상록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한국-일본전에서는 라인을 표시하는 테이프가 마루에서 떨어져나가 그것을 다시 붙이느라 경기가 중단됐다. 비가 내린 그날 다른 체육관에서는 천장에서 물이 새나와 진행요원들이 걸레로 닦는 모습도 연출됐다.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경기에서는 ‘비뚤어진 애국심’이 외신을 타고 흘러나가 나라 망신을 시켰다. 일본 언론은 21일의 한국-일본전에서 일본선수들에게 맞바람이 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선수단은 23일의 한국-중국전에서 에어컨이 조작돼 한국선수들에게 유리한 바람을 형성했다고 항의했다.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대회 첫날 정전이 돼 일본전에서는 재발을 막기 위해 냉방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람이 오락가락한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중국선수단의 항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경기에서 한국이 모두 3-2로 신승을 거둬 오해받기 좋은 사례로 기억될 듯하다.

진행이나 운영이 엉망이다 보니 관중들이 제대로 올 턱이 없다. 인기있는 한국 경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장에는 찬자리보다 빈자리가 더 많다. 대회 시작전부터 입장권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된 것이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회 직전 “대회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고 25일 세팍타크로 경기장을 찾아서는 “대회 운영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은채 폐막을 앞두게 됐다.

한 공기업 임원은 “유정복 인천시장이나 김영수 대회조직위원장 등이 앞장서서 기업이나 단체 등에 입장권을 파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협찬을 요구해와 우리도 사주는 시늉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기업이 구입한 입장권은 자체 예상치의 5분의 1수준이었다고 한다.

대회 진행이나 운영이 미숙하다 보니 대회 후 떠안게 될 각종 시설에 대한 걱정이 벌써 나온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부실한 준비-동네 운동회같은 진행-인천시민에게 고스란히 떨어진 빚잔치’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