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감시용 CCTV 훼손한 근로자 징계할 수 없어"
2014-09-28 10:27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사측이 감시 장비 설치를 금지한 노사협약을 깨고 사무실 내에 설치한 CCTV를 근로자가 훼손했더라도 징계 대상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대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 씨 등 4명이 "부당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어린이집 측은 2012년 5월 원아체벌 사건이 발생해 학부모 등으로부터 CCTV 설치 요청을 받자 그해 9월 노조에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단체협약에는 조합원 감시 목적의 CCTV 설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동안전이나 위험사고 방지를 위한 경우에만 노조와 사전에 합의토록 정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노사협약상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장소에는 감시장비를 설치할 수 없고, 사전합의 없이 설치한 감시장비는 즉시 철거해야 한다.
노조가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CCTV 설치에 반대했으나 어린이집 측은 합의 없이 설치를 강행했다. 그해 11월 보육실은 물론 화장실 입구, 교사의 개인사무공간까지 총 21대의 CCTV가 설치됐다.
이씨 등은 이에 반발해 CCTV를 비닐봉지로 감싸서 촬영되지 않도록 하고, 비닐봉지 제거 지시도 거부했다가 감봉 3개월의 징계조치를 받았다.
이들은 부당행위에 대응해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며 징계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어린이집이 CCTV를 설치한 것은 원고들이 보육실 내에서 원아들을 체벌하는지 감시·감독해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시 목적이 포함돼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설치 장소도 화장실 입구나 개인사무공간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는 조합원 감시 목적이 있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장소에 CCTV 설치를 금지한 노사협약에 어긋나는 것으로 즉시 철거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예외적으로 CCTV 설치가 허용되는 경우라고 보더라도 노조와 합의했어야 한다"며 "이씨 등이 이에 항의하기 위해 CCTV를 가리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상사의 직무상 지시에 불복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