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마라톤 대회, 스포츠업계는 ‘방긋’

2014-09-24 08:39

[리복 제공 ]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진흙 달리기, 공연과 함께 하는 마라톤, 달리기 후 즐기는 수영장 파티, 나이트 러닝….

달리기와 놀이가 결합된 이색 마라톤대회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스포츠 시장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나이키·아디다스·뉴발란스 등 주요 스포츠 업체들은 정통 마라톤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 이색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면서, 러닝을 가볍고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이는 젊은층도 늘어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개최된 마라톤 대회는 나이키(위런), 아디다스(부스트유어런), 리복(스파르탄레이스), 뉴발란스(컬러런), 아식스(쿨런) 등 10여개 이상이다.

SNS를 통한 동호회 활성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마라톤 기록을 관리하는 '스마트 러닝족' 증가에 따른 현상이다.

전 연령층에서 달리기를 가볍게 즐기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풀코스(42km), 하프코스(21km)로 구성되던 기존 대회도 3~10km 등 단축 마라톤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 2008년 2만명 수준이던 10km 단축 러닝 인구는 올해 10만명으로 6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났다.

◆ 5분만에 신청마감…마라톤보다 힘든 경기접수

뉴발란스가 지난달 진행한 '뉴발란스 컬러런 2014'는 참가접수가 시작된 지 3시간 만에 1만2000표가 모두 매진됐다.

컬러런은 2012년 미국에서 탄생해 국내에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러닝 대회다. 6 km 가량의 코스를 달리면서 분홍·주홍·파랑 등 옥수수분발로 제작된 칼라 파우더를 맞는 경기다.

경기 참가비 4만원만 내면 뉴발란스 티셔츠와 선글라스, 헤어밴드 등 푸짐한 경품이 제공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대 젊은 신청자가 대거 몰리기도 했다. 회사 측은 러닝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오는 10월에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대회도 연다.

리복이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국내 도입한 장애물 마라톤 '스파르탄 레이스'도 매년 2배 이상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5km 코스 기준, 15개 이상의 장애물을 설치해 이를 통과하면서 달리는 경기다.

올해 마라톤은 다음달 18일부터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다. 리복 관계자는 "경기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스포츠 피트니스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공고화할 수 있다"며 "이번 3차 경기에서도 참가자수가 전년 대비 10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식스코리아가 최근 진행한 러닝대회 '아식스 쿨 런'도 접수 시작 5분 만에 500여장의 티겟이 모두 동났다. 이번 행사는 남산공원 7km 코스를 달리면서 6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경기다. 레이스가 끝난 후에는 애프터 콘서트와 수영장 파티 등을 진행해 높은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나이트 러닝' 대회를 개최해 7000명의 호응을 얻었던 푸마도 내년 4월 공식 마라톤을 연다. 푸마 관계자는 "장소대여료·운영비·참가자 경품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이색 러닝은 지출이 더 큰 행사"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체험과 신규 고객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신기술 러닝화…국내 속속 론칭

각종 마라톤 대회 붐이 불면서 혁신적인 기능의 러닝화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최근 워런 버핏이 투자한 운동화 브랜드 '브룩스 러닝'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매장을 열고 2030 젊은층을 공략하고 나섰다.

'런 해피(즐겁고 재밌게 달리자)'를 주요 콘셉트로 하는 이 브랜드는 자신의 걸음걸이와 발 모양에 맞춰 신발을 '처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장도 한강시민공원 나들목에 위치해 근처를 오가는 러닝족들이 매장에 들려 제품을 둘러보고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뉴발란스는 신제품 러닝화 '1260v4'를 오는 10월 실시하는 하프 마라톤 대비 연습 대여화로 선정했다. 이번 제품에는 자체 기능성 소재를 신발 중창 전후로 배치해 움직일 때 마다 독립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마라톤 대회 전후 러닝화와 운동복 구매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며 "현장판매·사전판매·할인권 등을 통해 신제품과 마라톤 대회를 자연스럽게 연계하면 매출 증대효과도 빠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