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엔저·현대차'에 발목… 외국인ㆍ기관 동반매도
2014-09-18 18:14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코스피가 엔저와 현대차에 발목을 잡혔다. 미국 증시가 초저금리 유지 소식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코스피에는 훈풍이 불지 않았다.
1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4.87포인트(0.72%) 내린 2047.74를 기록했다.
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이 오전 10시 30분께 한전 본사 부지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2050선이 붕괴됐다.
예상가보다 2배 이상 높은 10조5500억원에 낙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경계심리가 커진 것이다. 시총 최상위권에 속한 현대차(2위)와 현대모비스(7위), 기아차(10위)에 대해 곧바로 투매가 나타났다. 기관 및 외국인은 현대차만 각각 2315억원, 1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로도 기관ㆍ외국인은 나란히 매도우위를 보였다. 기관이 1759억원, 외국인은 108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7439계약을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개장 전만 해도 미국에서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됐다는 소식에 상승세가 점쳐졌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 17일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방침을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도 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유럽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변수로 작용해 온 두 이슈가 동시에 해소된 것이다.
그러나 FOMC에서 밝힌 금리 전망치를 바탕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매파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됐다. 엔화 가치는 6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08엔대를 돌파했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전기전자와 자동차, 철강, 조선을 비롯한 수출주 채산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1.31%(1만6000원) 하락하며 121만원까지 밀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9.17%와 7.80%씩 내렸고, 현대모비스도 7.89% 떨어졌다. 현대미포조선 및 현대중공업은 각각 1.88%, 1.03% 하락한 13만500원, 14만4000원을 기록했다.
부지 매각에 성공한 한전(5.82%)이나 해외 투자유치 기대감을 모은 네이버(6.33%)만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달러 강세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이 달러 표시 자산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환율"이라며 "미 연준 위원이 매파적으로 변하면서 달러 강세는 추세적임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