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자동식별장치 AIS 끊어진 이유 시스템 한계 탓

2014-09-16 14:36
데이터 충돌로 통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일" 세월호 안전 상태 관련 "1년 넘게 운항한 게 요행 중 요행"

[세월호 참사]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세월호 침몰 당시 자동식별장치(AIS)가 끊어진 것과 관련해 시스템의 한계일 뿐 사고원인과는 관련이 없다는 전문가 증언이 나왔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선임 심판관을 지낸 허용범 단장은 16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1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 단장은 "기록이 왜 끊어졌는지 나도 의아하고 관련 의혹도 많아 개인적으로 미국 해안경비대에 이메일을 보내 질의하기도 했다"며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배의 송신 주기가 바뀌고 인근 수신국이나 기지국에 수백척의 데이터가 들어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통상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이는 해수부가 세월호 항적도 분석을 통해 지난 4월16일 오전 8시48분 37초에서 49분 13초 사이 36초 동안 세월호 AIS가 꺼져 항적이 복원되지 못했다고 제기한 것과 다른 분석의 내용이다.

이어 "해양수산부 자료에는 36초,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 자료에는 29초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는데 시스템상 오류라는 말이냐"는 검사에 질문에 허 단장은 "시스템의 한계로 보인다"며 "당시 정전이나 조타기 이상의 징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허 단장은 "세월호는 사고 당시 변침 직전 속도가 약 17kts로 6초 간격으로 위치 정보를 진도VTS 등에 송신해야 한다"며 "그런데 (사고 당시였던)대각도 변침시에는 속도가 6kts가 돼 2초 간격으로 송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사고 원인으로 제기했던 충돌이나 좌초 가능성에 대해서는 "항적을 보면 충돌이나 좌초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허 단장은 "세월호가 1년 넘게 인천-제주를 계속 운행했다는 자체가 요행 중 요행이었다"고 세월호의 불안전한 선체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상적인 선박이라면 전속도로 달리던 중에 35도가량 전타(최대치 조타)해도 원래 상태로 복원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해사안전법상 충돌 위험 등이 발생하면 선장은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최대 각도로 배를 돌리도록 하지만 세월호에는 경사가 많이 생겨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선장이 1등 항해사에게 5도 이상 타를 쓰지 말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고 증언했다.

허 단장은 추가 설명을 위해 고속버스와 세월호를 비교하며 "대형 선박이 35도는커녕 5도 이상 타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승객 몇십명을 실은 고속버스가 핸들을 두바퀴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7분의 1밖에 못 돌리는 것과 같다"며 세월호가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