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춰 경쟁법 위반에 대한 각국의 판단 기준이나 집행 방식에 대한 격차가 좁혀지는 다자협력 강화 방안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공정당국은 ‘특허괴물’들의 지식재산권 남용 등을 우려해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차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해 올해 연말까지 공정거래법 하위 규정인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NPE 지재권 남용 등 법 위반 사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파악에 들어간다. 다만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되, 균형 잡힌 반독점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외 경쟁당국과의 협력과 논의도 지속할 계획이다.

신영선 사무처장은 “공정거래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현재 해외 경쟁당국과의 협력·논의 등을 통해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NPE·PAE의 특허권 남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대래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는 글로벌 특허전쟁”이라며 “제조·기술개발 혁신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의 특허를 매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NPE가 주목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 위원장은 이어 “NPE가 특허유통을 촉진하는 장점이 있으나 제조활동이 없어 크로스 라이선싱의 필요성이 없고 반대소송을 당할 위험도 없어 라이선싱 과정에서 남용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며 “NPE의 남용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룰이 미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는 등 자국산업과 기업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가 경쟁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기존 관세나 반덤핑조치가 보호주의 수단이었다면 신보호주의는 경쟁법이나 지식재산권·환경규제 등의 수단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라마다 경쟁법 위반에 대한 판단기준이나 집행방식 등의 차이가 클 경우에는 기업의 법 준수비용도 증가해 경쟁력 악화와 교역 위축을 불러오는 등 경쟁당국 간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법 전문가는 "경쟁당국 간의 국제적인 경쟁법 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현재 경쟁당국 간 국제무대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심도 이러한 의제"라며 "공통된 국제사회의 논의와 규범을 정립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럼에는 프레데리크 제니 OECD경쟁위원장, 존 데이비스 OECD 경쟁분과장, 쉬 쿤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반독점국장, 가즈유키 스기모토 일본 공정거래위원장, 스코트 키에프 미국 무역위원회 위원, 이황 고려대 교수 등 저명한 경쟁법 권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의 고위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