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덫'에 걸린 왕십리 3구역, 연내 분양 어려울 듯
2014-09-04 11:15
비례율 104%에서 70%로 떨어져...추가분담금 급증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3구역이 재개발조합 '비리 덫'에 발목이 잡혔다. 오는 11월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철거업체와의 비리 혐의로 조합장 및 조합 상근이사가 모두 구속되면서 일정이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31일 왕십리 3구역 재개발조합 이모 조합장과 박모 상무, 나모 총무, 박모 관리, 오모 홍보이사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 전원 구속했다.
이 조합장 등은 2008년 8월 철거업자 고모 씨로부터 한 예식장 주차장에서 현금으로 각 3000만원씩 받았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비롯해 이들이 받은 뇌물은 총 7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월 조합원 총회에서 비례율을 낮추고 공사비를 증액하는 내용의 관리처분 계획안이 부결되면서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조합 측에서 다시 총회를 열어 재신임안을 가결시키면서 공사가 재개됐으나 조합원들의 내홍은 심화됐다.
왕십리 3구역 비상대책위원회인 왕사모(왕십리 3구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는 "현 집행부의 착오와 무능으로 지난 2년간 2000억원을 손해봤다"며 "착공 한 달을 앞두고 공사비 22억5000만원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시공사를 교체해 2년간 공사가 지연됐고 대부분의 사업을 수의계약해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실시한 조합원 분양에서 전용면적 84㎡ 기준 조합원 분양가는 4억2500만원 선에서 4억9000만원으로 인상됐다. 가구당 추가분담금이 2억~3억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통상 조합장이 구속되면 남은 조합 임원을 대리인으로 세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왕십리 3구역은 상근임원이 모두 구속되면서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비상근이사가 따로 있기 때문에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도 있지만 조합 내부 상황에 따라 대리인 선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측에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합 집행부를 다시 꾸려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합장 자격이 자동으로 상실되기 위해서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야 하기 때문에 해임 및 새 조합장 선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인 현대건설·SK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문제가 된 철거업체 연루 비리는 2011년 대우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시공사였던 당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주간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11월 일반분양을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이라면서도 "조합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